사라, 버스를 타다 사계절 그림책
존 워드 그림, 윌리엄 밀러 글, 박찬석 옮김 / 사계절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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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촉발점이 된 로사 팍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실제의 로사 팍스는 42세의 여성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어린 소녀로 표현되었다. (당시 15세 소녀가 백인 좌석에 앉았다고 체포되었던 건 실화다.) 



 날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사라. 엄마가 먼저 내리고 사라가 나중에 내린다. 그런데 당시 버스는 앞 좌석에 백인이 앉고 뒷좌석에 유색 인종이 앉도록 되어 있었다. 어린 사라는 앞좌석이 어떻게 다른지, 뭐가 특별한 건지 궁금했다. 운전기사 옆자리에 앉은 사라에게 뒤로 가라고 종용하는 운전 기사. 그걸 거부하는 사라 때문에 기사는 경찰을 불러버린다. 

 

 신문사에서는 용감한 소녀를 취재하기 위해서 달려와 사진을 찍고, 경찰은 꼬맹이가 잠시 헷갈렸을 뿐이라고 일축한다. 기자가 접근한 관점과 경찰이 파악한 사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백인들 중에 누군가는 버스 안에서의 이 좌석 차별법이 위헌이고 민권에 위배됨을 알고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백인들은 기득권에 취해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알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흑인들이 부당하다고 여기면서도 거기에 항의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러한 상황에서 이 작은 소녀가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 세상이 놀랄 수밖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의 저 굳은 표정! 아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믿는 신념이 서린 표정. 아이를 기죽지 않게 하려는 의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이가 옳다는 것을 밀어주겠다는 결의가 엄마의 온 몸에서 풍긴다.  



 이튿날 아침, 엄마는 사라에게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가는 것을 권했다. 낡은 버스 대신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신께 감사하며.  

그리고 이들의 행보에 사람들이 동참한다. 버스 타기 거부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 모델이었던 로사 팍스와 사람들은 버스 승차 보이콧을 실시했으며 일년 여에 걸친 그 싸움은 법의 개정으로 이어져 승리를 맛본다. 그리고 이 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은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불과 50년 전에는 버스 안에서 백인들과 흑인들이 나눠서 앉아야 했고, 백인이 서 있으면 흑인이 자기 자리를 양보하는 게 당연한 사회였다.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지금과 비교할 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인종 차별이 남아 있을 테지만, 그 모든 순간들에 사라처럼, 로사 팍스처럼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을 때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첫번째로 용기를 내는 사람, 그 용기에 부응하는 사람, 도움과 격려를 주는 사람, 모두모두 필요하다. 딴지 거는 인간들도 꼭 나타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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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2-20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놀랍지요. <<까만 얼굴의 루비>>에는 1960년에야 시작된 백인과 흑인의 통합(!) 교육 이야기가 나오지요. 백인 전용 초등학교에 흑인 아이가 입학한다고 다른 백인들이 등교 거부에 시위까지 했었다는 ...
옳은 일을 위해 용기를 내는 모든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요~~~~

마노아 2009-02-20 13:03   좋아요 0 | URL
전에 본 자료에서 스위스에서 남녀의 완벽한 평등 선거가 이뤄지기 시작한 게 80년대부터라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어요. 멀고도 먼 길이에요. 까만 얼굴의 루비, 제목을 들어봤어요. 관심 책으로 찝어만 보고 읽어보질 못했네요. 이 책도 구해야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 용기를 내는 모든 아름다운 이들에게 힘찬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