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섬 비룡소의 그림동화 80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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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타이그의 동화는 그림이 아주 독특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가 그렸다면 딱 이랬을 것 같은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다.
거칠고 제멋대로고 때로 엽기적이기까지 한 그림들은, 그러나 어린이와 닮아 있어서 귀엽고 예쁘고 정겹기까지 하다.

여기, 아주 볼썽사납게 생긴 섬이 하나 있다.
울퉁불퉁 바위투성이에 뒤죽박죽 엉망 그 자체!
모난 돌들이 나뒹굴고, 화산은 불과 연기를 내뿜고 있다.
뜨거운 용암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 화중에 독화살도 날아가고, 머리 둘 달린 두꺼비들까지 튀어나오는, 정말 엉망진창 섬이다.

낮에는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섬이 마구 폭발을 하지만,
이 섬에도 밤이 내려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는다.
그러다가 해가 뜨면 다시 녹아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꼭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이런 모양은 아니었을까 싶은 요상방통한 섬!

이 섬에서는 바다도 평범하지 않다.
물속에는 뱀이랑 집게발 달린 게, 전기 뱀장어, 날카로운 이빨과 가시 돋친 지느러미가 달린 기분 나쁜 물고기들이 우글거렸다.
모두들 이를 번쩍 빛내며 덤벼드는데, 그럼에도 저 색깔과 표정들은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그게 바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재주!

이 섬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다. 저 모양새들을 보시라.
하나같이 기괴하기 그지 없다.
삐죽삐죽 솟은 뿔과 발톱, 털들이 제멋대로인 표정과 함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눈 셋 달린 저 녀석은 공룡인가 무엇인가???

벌레들마저도 평범하지 않고, 손톱 세우고 덤벼드는 이 섬에서, 서로 잘난 척하고 싸우고 질투하는 이 섬에서! 그런데 이변이 생기고 만다.
보이는가? 이 섬하고는 너무도 안 어울리게 생긴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핀 것이!
괴물들은 처음에 무서워 했다. 이 기괴한 섬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꽃의 존재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때부터 괴물들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평소에도 있던 그 싸움이 더 커져서 마음 깊은 곳 미움이라는 악마가 뛰쳐나온 것!
이제 그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이건 뭐랄까.
스바루에서 보면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이 영혼을 울리는 황홀한 발레를 보고서는 갇힌 자신들의 현실을 자각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던 딱 그 느낌이다!

결국 괴물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자폭 뿐!
지칠 줄 모르고 타오르던 섬에 비가 내렸다. 억수같이 퍼붓다가 살살 내리기 시작한 비.
그 비 덕분에 밤에도 섬이 얼어붙지 않게 되었다.
섬에서 무서운 추위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서로 싸우고 증오하고 미워하던 괴물들도 사라졌다.
그림 상으로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지 뭔가.

섬은 새롭게 변신했다. 더 이상 '엉망진창' 섬이라고 불려서는 안 될 만큼.
색색들이 예쁜 꽃과 분화구에서 피어난 나무. 푸른 하늘과 잠잠한 바다까지.
모든 게 너무 곱기만 하다.
괴물들이 살았던 섬은 이제 '낙원'과 무지개의 섬이 되고 말았다.
아, 멋지구리 섬!
책은 여기서 끝나지만, 반전을 하나 심어놓을 수도 있겠다.
여기에 두 발로 걷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괴물딱지 몇만 들어서면 세대를 거듭하다가 다시 엉망진창 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 우리는 반전 따위 심지 말고 아름다운 섬으로만 기억해 두자. 윌리엄 스타이그의 놀라운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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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도 보지 못한 괴물들이 많군요. 그림을 재미나게 그려서 그런지 괴물들이 하나도 안 무서워요.^^ 괴물들이 귀엽게까지 보였는데 결국에는 서로 싸우다 죽는군요. 안타깝네요.

마노아 2009-02-13 00:22   좋아요 0 | URL
저렇게 재밌게 생긴 괴물들이 모두 죽어버려서 안타까웠어요.
우리 마음 속 괴물들도 착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자주 마주치면 그렇게 죽어버릴까요? 그렇게 생각해야겠지요.

2009-02-12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3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