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킹콩
앤서니 브라운 지음 / 넥서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의 역작 '킹콩'은, 보지 못했다. 무려 3시간이 넘던데 엉덩이에 쥐가 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영화 킹콩(물론 이 작품은 원작인 1933년 작을 모티브로 했지만)을 그대로 동화로 옮긴 이 작품은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믿을만한 이름 덕분일 것이다.  



뉴욕의 어느 겨울, 거리를 서성이는 한 괴짜 영화 감독 데넘. 그는 언제나 멀고 위험한 곳에서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음 날 새벽 여섯 시에 그를 태울 배는 사실 위험한 무기도 많이 싣고 있어서 이렇게 시간 죽이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그는 신작 영화의 여주인공을 찾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중인 것이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미녀 배우였다. 미녀 배우는 많았지만 위험한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목적지도 말해주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못했을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미녀 배우들 얼굴. 아마 고전 영화에 나왔을 법한 배우들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배고픔을 못 이겨 사과를 훔치려고 하던 미모의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신작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다. 하룻밤 사이에 인생 역전을 당한 여배우의 이름은 앤 대로우.



저 점을 보니 아무래도 모델은 마릴린 먼로가 아닐까. 역대 킹콩 영화를 찾아보니 킹콩2의 여주인공은 린다 해밀턴이었다. 터미네이터의 그 여전사가 앤 대로우 역을 했었나? 하고 찾아 보니, 킹콩 속편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앤 대로우가 다시 나오지는 않았다. 아무튼, 사과 한 알을 훔치려던 전직 여배우는 이제 사과를 쌓아놓고 먹을 수 있는 현역 여배우로 거듭난다. 그리고 감독과 스탭들과 함께 이름 모를 어느 섬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피터 잭슨의 영화에서는 잭이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이 책의 잭은 항해사였다.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앤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느끼나? 잭의 캐릭터가 작가 앤서니 브라운을 닮은 듯하다. 눈썹만 보면 알라딘의 전호인님과도 많이 닮았다. ^^;;; 

오랜 항해 끝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해골섬. 지도로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서쪽 끝이다. 

섬에는 킹콩이라 불리는 거대한 야수가 살고 있었다. 사실 '킹콩'이라는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이 동물이 실제로 살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상상속의 동물이다. 그런데 이 킹콩이 공룡 시대에는 혹시 지구에 살고 있었을까나?  



섬의 원주민들은 여자를 킹콩의 신부로 바치는 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레 끼어든 감독 일행과 금발 머리 앤을 보고는 제물을 바꿀 생각을 한다. 졸지에 납치 당해 제물이 되게 생긴 앤. 섬 원주민들의 그림자가 꼭 킹콩 그림자처럼 보인다. 이들이 킹콩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런 듯.  

이때부터 앤을 신부로 여긴 킹콩과, 킹콩으로부터 앤을 찾아오기 위한 사람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앤을 찾아오기 위해서 무차별적 공격을 감행하지만, 그 와중에도 킹콩은 무서운 동물들로부터 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렇게! 



자기보다 키 큰 공룡도, 날아디는 익룡도, 커다란 뱀도 무서울 게 없다. 킹콩은 그 모두를 무찌르고 자신의 신부를 굳건히 보호해 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킹콩보다 힘이 세진 않았지만 보다 영악했고 더 계산적이었다.  

저 무시무시하게 큰 킹콩을 무려 뉴욕 한복판으로 옮겨오기까지 했으니. 

그나저나 배에 어떻게 실었나 모르겠다. 한쪽에 실으면 그 배가 기울어서 가라앉지 않을까? 배가 얼마나 컸기에 저 녀석을 태우고 무사히 뉴욕까지 도착했을까.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안 깨어났을까? 어디에 붙들어 맸을까? 그런 건 고려하지 말자. 이 작품은 원래 영화였으니까. 



데넘은 킹콩을 이용해서 큰 돈을 벌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한 섬의 왕이자 신이었던 존재가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모욕이라도 하려는 듯 씌워놓은 왕관이 어쩐지 서글퍼 보인다. 게다가 킹콩을 자극하려고 앤을 이용하기까지 하다니. 데넘도 너무하고 이용당하는 앤에게도 화가 난다.  

킹콩은 쇠사슬을 모두 끊어내고 호텔방에 있던 앤을 다시 납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도망간다. 

아, 저 빌딩 무사하다는 것도 놀라울 지경. 유리 한 장 안 깨지는 것인가???? 



전투기들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킹콩은 괴로워한다. 그는 아름다운 신부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음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앤을 바라볼 때의 킹콩의 표정은 늘 부드럽고 어딘가 안스럽기까지 하다. 앤은 킹콩에게 어떤 마음을 보여주었을까? 이 부분은 영화의 진행이 궁금하기는 하다. 



마침내 최후를 맞는 킹콩. 저 무거운 녀석이 빌딩 아래로 떨어졌는데 아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는지, 다른 건물들은 안 무너졌는지 모르겠다.  

여태 킹콩을 이용해 돈벌이 하려던 데넘이 킹콩의 사랑하는 마음을 향해 애도를 표하는 장면은 모순으로 보인다. 차라리 솔직하게 악당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란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 등등이 어떻게 다른 걸까 궁금했다. 모두 원숭이 비스무리하게 생겼지만 꼬리가 없다는 데서 유인원과에 속할 것인데, 그거 말고는 어떻게 다른 걸까?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서는 침팬지도 가끔 나오지만 고릴라가 더 사랑받곤 하는데 그럼 오랑우탄은???? 궁금하구나,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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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9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 '우리는 친구'에서 킹콩 나오는 영화를 보던 고릴라가 TV를 부셔버리죠.^^
킹콩 영화는 두 편 다 봤는데 이 책은 못 봤어요.ㅜㅜ
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와 특별한 친분이 있나 봐요~ ^^

마노아 2009-02-09 10: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에서 영화 킹콩이 나오죠. 고릴라가 승질 부리다가 경 칠 뻔 했던^^;;;;
앤서니 브라운에겐 고릴라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