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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의 꿈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8월
절판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독특한 그림책이다.
펜선만으로 그림이 이뤄져 있는데 이게 펜으로 그린 건지 아님 판화로 제작한 건지 모르겠다.
색을 쓰지 않고 필선과 명암만으로 이뤄진 벤의 꿈나라에 가보자.
벤과 마가렛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을 때 집에 도착한다. 야구를 하며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내일 있을 지리 시험 공부가 급선무!
엄마는 시장에 가셨고, 벤은 아빠의 안락 의자에 앉아 지리 책을 폈다.
세계의 유적들에 관한 공부를 하는 벤.
창문에 빗소리 듣는데, 언뜻 잠이 들자 그 빗소리가 그의 꿈 세계를 뒤흔든다.
꿈 속에 차례로 등장하는 세계의 유적들.
그런데 평범하게 등장하는 게 없다. 온통 물 속에 잠겨 구름마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집과 자유의 여신상. 얼마나 큰 걸까? 책 속 정보를 보니 받침대를 포함하여 높이 92m인데, 검지 손가락의 길이만 2.4m란다. 정말 크구나!
사진은 생략했지만 영국 런던의 빅벤, 그리고 에펠탑도 물에 잠겨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피사의 사탑. 그림만 보면 물에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울어진 모양새 때문에 제법 잘 어울린다.
1174년 처음 만들 때에도 탑이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래서 공사를 중단했으나 결국 1350년에 완성.
그후로 수백 년이 흘렀는데 여태 버티고 있는 게 장하다는 생각.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철렁거리는 물은 보이지 않지만 온통 낡아버린 신전의 모습을 보니 바람이 불면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빗금 선으로만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보니 돌보다도 '나무'의 질감이 느껴진다.
자꾸 보면 어지러울 수 있으니 눈을 좀 쉬어줄 필요도 있음.
그밖에 스핑크스와 성바실리 성당, 만리장성까지.
벤의 꿈은 전 세계를 넘나드며 유적들을 구경한다.
이런 꿈은 돈 주고도 못 꾸겠구만. 그러나 넘실넘실 물결 속에 둥둥 떠내려가는 유적들을 보는 건 몹시 아찔하리라 본다.
벤은 꿈속에서라도 저것들 망가질까 봐 안타까움을 느꼈을까? 아니면 스릴을 즐겼을까?
러시모어 산의 미국 대통령 네 명의 벤을 내려다 본다.
일어나 벤!
무서운 큰바위 얼굴. 안 일어나면 큰일날 것 같다.
눈을 떴을 땐 비바람도 이미 멎었고 햇살이 가득했었다. 폭풍은 지나간 것이다.
마가렛이 야구하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자, 벤은 환상적인 꿈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마가렛이 선수를 친다.
오마낫! 두 사람은 어떻게 같은 꿈을 꿀 수 있었을까.
게다가 꿈 속에서 만나기까지! 그런 꿈 꾸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꿈을 사고 싶군요!
꿈 이야기하니 알스버그의 자매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나무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세트로 읽으면 더 재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