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온 날 - 치히로 아트북 1,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8월
구판절판


'창가의 토토' 일러스트로 친숙해진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이다.
얼마 전에 전체 6권 시리즈를 묶어서 50% 세일 했었는데 고민만 하다가 사지 못한 것을 지금 무지무지 후회하는 중이다.
이 책, 겁나게 예쁘다. 이렇게 예뻐도 되느냐고 막 따지고 싶을 정도!

치히로 아트북 첫번째를 장식한 '작은 새가 온 날'
이 책을 나는 중고샵에서 건졌는데, 이렇게 예쁜 책을 대체 누가 팔았을까 싶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는 말을 안 해
금붕어도 멀리 멀리 가 버렸고
난 작은 새가 있으면 좋겠어

외로운 아이는 노래하는 작은 새를 원한다.
말을 하지 않는 곰돌이와 떠나버린 금붕어 대신 내 곁에 있어줄 존재,
커서도 안 되고, 다른 동물도 아닌 '작은 새'를 소녀는 기다린다.
무지개가 영롱히 담겨있는 것만 같은 저 예쁜 어항.
밑그림이 없기에 경계도 없는 저 수채화의 물빛이라니,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곱고도 또 곱기만 하다.

작은 새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면
그럼 난 정말 정말 기쁠 텐데

작은 새와 함께 노니는 아이의 모습이다. 폴짝 뛰기도 하고, 발끝에 올라앉은 새와 장난도 치고, 어깨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새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푸르른 마음이 하얀 종이 위헤 하늘빛으로 예쁘게 칠해져 있다.

전에 하이드님이 강조하기도 했지만 종이 질이 정말 훌륭하다. 책 제본도 튼튼하다는 게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런 책을 '명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완벽하다!

위험해 작은 새야
어서 달아나

난 저렇게는 잡지 않을 거야

저렇게 거칠게, 무지막지하게, 위협적으로 새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예쁜 소녀.
소녀는 새를 만나고 싶고 놀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은 거다. 단지 소유하는 것 말고!

그래도 그래도 작은 새가 있었으면

쉿-작은 새다

엄마
우리 작은 새 목소리 참 예뻐요

노래도 얼마나 잘 하는데요 작은 새야 그거 꽃노래 맞지


꽃노래 부르는 작은 새라니, 새를 바라보는 아이의 따뜻한 심성이 글로, 그림으로 진하게 표현된다. 저 다홍빛 꽃잎과 그 꽃잎을 닮은 작은 새의 빛깔. 자연의 색을 그대로 옮겨온 듯 황홀하게 곱다.

부리를 활짝 연 것이 노래하는 모습인가보다. 저 작은 새가 노래하는 세상은 어떤 빛깔일까.

한쪽만 계속 바라보는 새. 집에 가고 싶다고 여기는 아이.
작은 새와 함께 있고 싶지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

안녕 작은 새야 조심해서 잘 가

소유하려 하지 않고, 독차지 하려 하지 않고, 배려하고 감싸주는 저 고운 마음.
작은 새도 그 진심을 알았던 것일까.

떠났던 새가 친구와 함께 돌아왔다.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글과 그림 모두 훌륭한데 번역도 엄청 잘한 듯 보인다. 이렇게 자연스러울 데가!
마치 우리나라 동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리즈 여섯 권을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놨다. 정초부터 너무 지른 터라 1월은 이제 그만!을 외쳤는데 31일까지 고민해 보고 당장 지를 지 2월 적립금 들어오고 지를 것인지를 저울질해야겠다. 1월 말까지만 써야 하는 행사 쿠폰은, 2월에도 주는 것일까? ㅠ.ㅠ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닌데, 명품 책 반값 할인 놓친 것을 애달파 하며,
그래도 명품 책을 뒤늦게 알아본 것에 감사하며,

작은 새가 온 날을 기념하는 아이의 저 밝은 미소를 따라해 보고 싶다.
안녕 작은 새야,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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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하이드님 페이퍼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이 부드러워 정감이 가네요~ 치히로의 그림책, 기억할게요.^^

마노아 2009-01-31 23:08   좋아요 0 | URL
전에 미술부 활동을 할 때 미술 선생님이 수채화 그림은 훨씬 더 내공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금은 못 가르쳐 준다고 했었어요. 유화도 결국 시작 못했지만, 수채화에 대한 로망이 남아 있어요. 치히로 그림 참 좋아요. ^^

bookJourney 2009-01-29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학교 다닐 때쯤, 치히로의 그림(혹은 치히로 풍의 그림?)이 들어있는 엽서가 유행을 했어요. 그 때는 그림책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예쁜' 엽서라고 열심히 모았었는데 ... ^^; 이제는 그림책을 살펴봐야겠네요. ^^

마노아 2009-01-31 23:08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교 때 엽서를 참 많이 모았더랍니다. 치히로 그림을 그때 발견했더라면 저도 샀을 거예요. 이제는 그림책을 모을 생각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