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13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 전에 심호흡이 필요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테니까.  

세븐 시즈는 호흡이 긴 작품이다. 예상하기로는 바사라보다도 더 긴 작품이 될 듯 싶다 그보다 무겁고, 그보다 더 아프다.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린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 그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인간 됨을 버려가기도 하고, 자신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의미를 찾기 위해 갈등하지만, 당장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그런 입장에 처해 있다.  

낯선 어린 아이를 발견했을 때, 치료하고 돌봐주는 것이 아니라 독이 있을 지도 모를 음식과 약초를 마루타처럼 실험해 보고, 육식 동물을 유인할 미끼로 쓴다. 무수한 사람들이 단 7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테스트를 통과하고자 죽었는데, 혼자서는 살아남을 힘조차 없는 연약한 존재가 버젓이 살아있다고 분노를 느끼는 이들. 그들이 견뎌온 시간 속에서는 그게 당연하다는 걸,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비난할 마음도 비난하지도 않는다는 것. 그걸 지켜보는 독자는 긴 숨을 내쉰다. 이런 막막한 지구. 이런 끔찍한 미래라니...... 

그런 참담한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음악을 찾아낸다. 그 음악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는 하늘을 날아왔다. 그런 극한의 순간에도 음악은 사람을 이끌고, 마음을 치료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서 출발한 여름 A팀. 그들은 서바이벌 훈련을 받았고, 실전이었던 그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 미래까지 '살아서' 도착한 사람들이다. 애석하게도, 그런 까닭에 가장 마음이 메말라 있고 가장 울분과 분노가 많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뽑혀서' 온 게 아니라, 생존해서 온 그들은 어릴 적 담아둘 추억 따위도 없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도착한 이 빌어먹을 미래에서 그들은 어떻게 참담함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틸까.  

생태계가 완벽히 파괴된 지구라는 살벌한 미래 환경도 그렇지만, 문화 기반이 모든 게 사라진 곳에서 인간이 맞닥뜨리는 살벌한 심성의 문제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간 간격이 있고, 이야기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완결 전에 읽다 보면 좀 힘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그 시작과 끝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다림은 지치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와 감동은 늘 더 커지고 마니까.  

'미래'라는 단어는 뭔가 희망에 가득찬, 좀 더 진보한, 합리적인, 안전한 세계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한 달 앞, 일 년 뒤, 반세기 뒤의 '미래'를 상상해 보아도 그런 기대는 지나쳤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요즘이다. 생태계가 절멸직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은 이렇게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부터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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