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2 - 완벽한 음식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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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노래 때문에, 무척이나 익숙한 '빈대떡'이지만, 실제로 빈대떡을 먹어보고는 실망한 적이 많았다. 우리 정서상으로는 아주 서민적이면서 맛난, 고소할 것 같은 빈대떡일 것 같은데 이게 뭔 맛인가 싶을 만큼 맹맛이 많았다. 이 책을 보니, 빈대떡을 잘 부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제대로 된 빈대떡을 맛보지 못했단 이야기! 안타까운 일이다. 크흑! 

마수운 할아버지는 첫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에 출연했는데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주신다. 드라마 식객에선 누가 이 캐릭터를 맡았을까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머니 장사를 돕는 두 형제가 손님들과 싸움이 붙어서 어머니가 장사를 아예 접을 각오를 하시고 여행을 떠나는 첫번째 '빈대떡' 에피소드. 두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오시기까지 가게 재건을 위해 용을 쓰는데, 여기에 성찬과 진수가 크게 도움을 준다. 만화는 만화일 뿐, 현실 그대로라고 믿으면 안 되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나가고 나면 꼭 실제 모델들이 진짜 그랬을 거라는 억측이 난무하여 작가는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하신다. 작품이 너무 리얼해서 나오게 되는 반응들이려니 생각해야지 싶다. 작가분의 놀라운 필력 덕분이니 어찌하랴.  

두번째 이야기 '완벽한 음식'에서는 타락죽이라는 게 나온다. 몽골에서 요구르트를 타락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 이 음식이 있게 된 경위도 몽골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 온 저명한 외국 음식 칼럼니스트가 운암정에 들러서 정식을 맛보고 돌아가는 이야기인데, 사이사이 사연과 과거, 원한(?) 등이 얽혀 있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운암정의 주인과 성찬의 대결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도 한 몫 하였다. 다른 요리들과 달리 조리법이 비교적 쉬운 편이어서 직접 만들어보고픈 욕구도 살짝 생길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이유식으로 우유죽인 '타락죽'을 추천하고 싶다.  

이번 편에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세번째 이야기인 '진수 성찬 옥자'다. 진수와 성찬과 그리고 옥자의 이야기인데 작품이 진행된 곳은 무려 히말라야였다! 실제로 허영만 화백은 히말라야 등반을 하고 돌아오셨는데, 거기서조차도 식객 열정을 불태우셨으니 놀랍기 그지 없다. 게다가 다녀오고 나서 얼마 뒤 다시 다녀오는 노익장도 과시! '꼴'에서도 나왔던 '대머리 열정'이 진짜라는 것을 제대로 입증해 보여주셨달까...;;;; 

네팔 현지 쿡인 치링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나름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하게 깔린 그 표정과 눈매가 제법 날카로웠다. 성찬이 어떻게 활약을 할까 궁금했는데, 현지 사정과의 접목이 훌륭했다. 이렇게 애틋한 남친이 곧 남편이 될 것 같은 진수가 무척 부러워지는 순간! 그나저나 그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질 뻔한 사고가 났는데, 그걸 모면하는 장면들은 긴장감이 엄청 조성되었었다. 영화를 볼 때와 같은 충격을 주다니, 역시나 대단한 허영만 화백이다.   



네번째 이야기 '연어'는 꽤 슬픈 내용이었다. 고향에 대한 묵은 기억. 애증, 그리고 죄의식, 그 모든 것들을 연어의 회귀 본능과 맞물려서 몹시 애잔한 연출을 보여주었는데, 충청도에 연어가 돌아올 곳이 어디 있냐는 온라인 공방이 있었다니 하하 웃을 도리 밖에. 이렇게 짠하고 슬픈 이야기 뒤에도 네티즌들은 이렇게 싸우는구나. 그게 그들의 힘이고 공력이고 때로 약점이기도 하다. 작가분처럼 좋게 생각해야지.  

마지막 에피소드는 '메밀묵'인데, 나도 좋아하는 이 토속적인 음식이 이렇게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는 줄 상상도 못했다. 잠깐의 실수가 곧 판매금지 음식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주인공 할머니와 마수운 할아버지의 만남은 과연 안습이었다. 두 사람의 감상처럼 서로 만나지 않았어야 더 아름다울 첫사랑이란 것도 분명 존재하는 법이다. 그나저나 맛 암행어사의 정체는 대체 누굴까? 진수는 아닌데 말이지비.  

12권을 샀을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나로서는 올해 구입했으니까) 지금은 22권이 나와 있다니 놀랍고 신기하다. 갈 길이 멀다는 건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니까 기쁜 일이기도 하다. 허영만 작가의 다양한 도전이 2009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독자로서는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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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8-12-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서 식객이 재미 있다고 보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미루고 있던 참이예요. 책은 정말 부담이 될 것 같고 dvd 나오면 꼭 구입을 해서 봐야겠어요. 그런데 리뷰중에 메밀묵이 나오는 바람에 군침만 잔뜩 흘리고 갑니다.^^

마노아 2008-12-29 14:38   좋아요 0 | URL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원작만큼 재밌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원작을 따라가는 2차 영상물이 흔치 않아서 저는 여전히 원작을 추천해용~ 이 계절에 메밀묵은 정말 군침 나게 만들지요. 게다가 한 밤중엔 더 그래요. ^^

순오기 2009-01-23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 순례중이예요. 마노아님도 이번에 대박났어요~ 내 기쁨에 취해 축하가 늦었어요.^^
역시 만화를 꽉 잡고 있는 마노아님~ 식객은 22권까지 사들였지만, 나는 한편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게 없어요.ㅜㅜ

마노아 2009-01-23 20:57   좋아요 0 | URL
리뷰대회 때 지른 책값을 못 건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에요. 호호홋!
게다가 머그컵 당첨됐어요! 저 머그컵 받겠다고 책 15만원어치 질렀는데 말이에요. 이거 울어요, 말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