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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0 - 자반고등어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주인공의 라이벌이 아주 잘 생긴 고독남이 아니라면, 대체로 주인공을 응원하기 마련이었다.(응?)
그래서 성찬과 봉주의 대결도, 성찬과 다른 누군가의 대결도 항상 성찬을 응원하곤 했지만, 이번 이야기들은 꼭 성찬을 응원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대결이 아닌 것도 있었고(대결인 줄 알았지만!) 혹은 서로 이긴 싸움도 있었고, 성찬이가 진 대결도 있기 때문이었다.
10권은 출간된 지 시간이 좀 지났다. (2005년도 출간이다.) 그때 이미 작가는 이 작품이 20권 넘게 쓰여지면서 장수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알았더라면 힘든 작업이 더 고되어서 섣불리 한 발자국 내디딜 엄두가 아니 났을까? 아무튼, 작가는 현재 20권도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오늘도 달리는 중이다. 꼴도 3편이나 나오면서!
이번 편의 소재들은 모두 서민적인 음식들이었다. 자반고등어가 그랬고 콩나물과 콩나물국밥, 그리고 제철 나물을 많이 소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소박한 먹거리들도 얼마든지 진수성찬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거듭 보여준다. 더불어 그 소소할 것 같은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공정에서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번째 자반고등어 편에서 취업준비생 사촌이 제대로 비교대상이 되어주어 더 실감나는 내용전개였달까.
요리사의 사랑 편은 제3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치 라디오에서 사연 들려주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음식을 이용한 이런 사랑고백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 싶었다. 나로서는 열렬히 응원하는 커플이었다. (그들은 맺어졌을까?)
정어리쌈에서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저자 분이 톡톡히 한 몫을 해냈나보다. 작가분의 고마운 마음이 절절이 묻어난다. 진수와 성찬의 진도 안 나가는 사랑 이야기도 그 나름의 풋풋함과 순수함,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데, 어른들이 많이 본다고 어른용(?) 사랑 법을 굳이 찾아 먹지 않는 작가의 고집도 나는 참 좋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어른의 사랑일 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자반고등어 편과 300집이 나온 콩나물국밥이 군침 넘어갔다. 내 기억에 콩나물국밥은 먹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해장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맛좋은 콩나물국밥 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야겠다.
정어리쌈 편에 등장한 부부가 참 인상적이다. 일찍 퇴직하고 전세집을 빼어 차를 개조하여 여행을 다니는 부부. 가급적 돈을 쓰지 않고, 간혹 노동을 통해 돈을 벌며 국내 구석구석을 돌며 좋은 것 구경하고, 맛난 것 먹는 풍류 생활이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겨울에는 그 차 안에서 춥지는 않으려나? 캠핑카가 아니라 개조해서 만든 캠핑 카인데 말이다. 아무렴, 알아서 지내겠지.
국내 날씨가 기온 차가 커서 그런 여행에 부적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계절이 변하니 돌아다니는 즐거움은 클 것으로 상상된다.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콩나물 편 아가씨가 쓴 삿갓형 모자, 나도 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