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수프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 미즈노 지로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품절


공교롭게도, '눈 오는 밤'과 비슷한 내용의 책을, 같은 날 이어서 보게 되었다.
내용으로 치면 먼저 읽은 눈 오는 밤이 더 나았고, 그림은 이 책의 색감이 더 맘에 든다.
푸른 하늘과 푸른 빛 눈.
신비로운 느낌을 주면서 추위와 따스함이 공존해 있다.
그러니까 눈의 차가운 감촉을 상상하게 만들면서 굴뚝의 연기와 할머니가 만들고 계시는 야채 수프의 온기, 그 고소한 향기까지 그림 밖으로 새어나오는 그런 느낌!

똑똑똑,
토끼 한 마리가 문을 두드린다. 야채 수프 냄새에 끌려서 할머니 집에 방문하게 된 것.
할머니는 기꺼이 식탁 한 자리를 내주고 토끼의 그릇에 야채 수프를 덜어주신다.
자, 이제 다음 장면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이 넓은 식탁에 둘 말고도 또 앉을 수 있는 다음 손님의 등장이 예상되지는 않는지?

여우 한 마리, 곰 한마리가 이어서 방문한다.
먼저 도착한 손님들은 다음 손님이 도착할 때마다 함께 먹을 양이 남아 있지 않다고 야박하게 굴지만, 할머니는 모두의 그릇에서 조금씩 수프를 덜어내어 다음 손님의 자리까지 기꺼이 만들어주신다.
그런데 곰은 겨울잠을 안 자던가???
안 자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저 곰이 저 의자에 앉으면 부서질 텐데...
아, 이런 어른의 상상력은 곤란하다!

얼마나 고소하고 따스한 냄새였길래 숲 속 친구들을 모두 불렀을까.
생쥐도, 까마귀도, 너구리도...
그밖의 다양한 친구들이 할머니의 야채 수프를 먹고자 한 자리에 모였다.
먼저 도착한 곰과 여우와 토끼가 의자를 나르고 숟가락을 자리에 놓는다.
등받이 의자가 하나뿐인 것을 보니 저건 할머니 몫인가 보다.
손님들 챙기느라 그새 수프가 식을 것 같아 걱정이다.
차갑게 식을지라도 저 자리엔 그 이상의 따뜻한 마음이 흘렀을 테니 아쉬울 필요는 없겠다.
할머니 생김새가 꼭 호호아줌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 작가의 다른 그림도 찾아보고 싶다. 색감이 아무래도 너무 마음에 든다.
(찾아보니 이 책 하나 뿐이다ㅠ.ㅠ)
그나저나, 저 야채 수프......
한 자리 끼어서 나도 한 입 먹어봤음 좋겠다. 아, 침 넘어가는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2-1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림도 예쁘고 따뜻한 내용도 좋은데요~ ^^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티베트 이야기 라싸로 가는 길'도 그림이 예뻐서 반했어요.

마노아 2008-12-13 20:13   좋아요 0 | URL
아앗, 티벳이 나오면 또 우린 반하잖아요! 최근엔 도서관 이용을 거의 못 했어요.
집에도 소화 못한 책이 많은지라 불만이랄 수 없는데, 그런데도 아쉬운 거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