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그림자가 길었습니다. 내 그림자는 짧고 동그랬습니다. 가끔씩 나는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면 내 짧고 동그란 그림자도 내 뒤에서 뛰어왔습니다.-8쪽
이윽고 우리는 컴컴한 숲 속 하얀 빈터에 이르렀습니다. 보름달이 우리 머리 위로 높이 떠 있었습니다. 달빛은 빈터 한가운데로 고스란히 쏟아졌습니다. 달빛 아래서 눈은, 아침마다 먹는 우유보다 더 하얬습니다.-18쪽
부엉이 그림자 하나가 커다란 나무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우리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입 안에 열기가 가득히 담겨서 할 말이 가득히 열기가 되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엉이 그림자가 다시 부엉부엉 울었습니다.-24쪽
그러다가 부엉이가 커다랗게 날갯짓을 하더니 나뭇가지에소 솟아올라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소리 없는 그림자 같았습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제는 말을 해도 되고 크게 웃어도 된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소리 없는 그림자가 되었습니다.-31쪽
부엉이 구경을 가서는 말할 필요도, 따뜻할 필요도 없단다. 소망말고는 어떤 것도 필요가 없단다. 아빠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눈부신 부엉이와 보름달 아래를, 침묵하는 날개에 실려, 날아가는 소망 말이에요.-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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