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보름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9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구판절판


아빠는 그림자가 길었습니다.
내 그림자는 짧고 동그랬습니다.
가끔씩 나는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면 내 짧고 동그란 그림자도 내 뒤에서 뛰어왔습니다.-8쪽

이윽고 우리는
컴컴한 숲 속 하얀 빈터에 이르렀습니다.
보름달이 우리 머리 위로 높이 떠 있었습니다.
달빛은
빈터 한가운데로
고스란히 쏟아졌습니다.
달빛 아래서 눈은,
아침마다 먹는
우유보다 더 하얬습니다.-18쪽

부엉이 그림자 하나가
커다란 나무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우리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입 안에 열기가 가득히 담겨서
할 말이 가득히 열기가 되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엉이 그림자가 다시 부엉부엉 울었습니다.-24쪽

그러다가 부엉이가
커다랗게 날갯짓을 하더니
나뭇가지에소 솟아올라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소리 없는 그림자 같았습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제는 말을 해도 되고
크게 웃어도 된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소리 없는 그림자가 되었습니다.-31쪽

부엉이 구경을 가서는
말할 필요도,
따뜻할 필요도 없단다.
소망말고는 어떤 것도 필요가 없단다.
아빠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눈부신
부엉이와 보름달 아래를,
침묵하는 날개에 실려,
날아가는
소망 말이에요.-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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