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
김재홍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11월
장바구니담기


김재홍의 유명한 그림책 숲 속에서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중고샵 만세?)
동 제목의 외국 작품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당연하지만!)
여름의 숲과 계곡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온통 초록 천지다.
어둑한 초록 색만 계속 나오는데도 사물의 질감과 촉감이 느껴지는 그림 솜씨가 대단하다.
서울에서 시골로 온 샘이.
잠자리를 잡아보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나도 어렸을 때 잠자리 잡아보려고 했지만 혼자서 성공한 적은 없고, 누가 잡아주어서 날개를 접어 손가락 사이에 끼어본 기억은 있다. 금세 날려보냈지만.

계곡에서 놀던 남자아이가 샘이에게 같이 놀자고 불렀지만 부끄러운 샘이는 저멀리 혼자 가버린다.
여자 아이라도 있더라면 좀 달랐을 텐데, 거의 발가벗고 노는 남자아이 속에서 새침한 여자아이가 함께 하기엔 조금 용기가 필요할 듯 싶다.
맨 왼쪽의 아이는 팬티 벗다 말고 깜딱 놀라서 눈치를 보고 있다. 짜식, 쫄기는!

너무너무 심심해진 샘이.
엄마 아빠는 왜 이리 안 오실꼬.
마당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나비, 잠자리, 개구리, 개미, 다람쥐, 까치, 토끼...
이것들을 다 그려내는 솜씨가 놀랍다. 관찰력이 좋은 듯.
이때 그려낸 그림들은 일종의 복선이 되어버리는데...

갑작스레 쏟아진 소낙비는 샘이가 그린 그림을 다 지워버리고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렸다.
여전히 심심한 샘이는 냇가에 다시 가 보았지만 동무들은 모두 가 버리고 없다.
두 손으로 뺨을 포개고 앉은 샘이의 얼굴에 심심함과 실망의 빛이 잔뜩 어려 있다.
비가 온 탓에 잔뜩 불어난 계곡 물이 아까보다 훨씬 깊어보인다.

이때 숲에서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에 끌려 숲으로 들어가게 된 샘이.
그리고 놀라운 그림의 마법이 펼쳐진다.
초록 나뭇잎과 갈색 흙빛만 있는 그곳 곳곳에 샘이가 그렸었던 동물들, 곤충들이 샘이와 숨바꼭질을 하다시피 숨어 있다.
대체 무엇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샘이는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나무 껍질 사이사이 숨어 있는 그림의 그림자들은 마치 샘이를 지켜보며 날 찾아봐라~ 하고 외치는 것만 같다.

샘이는 아까 들었던 노래하는 새를 찾고 싶었지만 그 새들은 모두 숨어 있다네.
어디에? 그림 속에!
호랑이도, 곰도, 고양이도, 모두 그림 속에 숨어 있다네.

그러다가 젖은 돌에 미끄러져 무릎이 깨져버린 샘이.
그만 무서워서 우왕 울다가, 그 바람에 아까 사라졌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콧물을 들이키며 같이 놀자고, 무서운 것 없다고 샘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예쁜 머슴아들.
쑥스러워하면서도 샘이는 함께 놀게 되어서 기쁜 내색을 보인다.
이제 외롭지 않아. 심심하지도 않아!

비온 뒤 더 맑아졌을 햇볕이 계곡 이로 쏟아진다.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한 친구는 한 손에 신발을 벗어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샘이가 잘 건너갈 수 있게 잡아주고 있다.
짜식, 뭘 좀 아는구나!
그림 속에서 노래가 흘러나올 것 같다.
이런 계곡, 이런 숲 속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사라진 지금이기에, 이 그림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의 맨 뒤에는 이런 식으로 두 페이지에 걸쳐 숨은 그림 찾기 정답이 나와 있다.
대부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답을 보니 미처 찾지 못한 것들도 눈에 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신문에서 숨은 그림 찾기랑 가로세로 퍼즐 맞추기를 제일 먼저 했었는데 말이다.
요새도 숨은 그림 찾기 그림이 인쇄되어 있는 과자 상자가 나오려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1-0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더불어 '동강의 아이들'도 강추!^^

마노아 2008-11-08 23:28   좋아요 0 | URL
아, 그 책도 너무 궁금해요. 많이들 추천하더라구요. ^^

노이에자이트 2008-11-09 21:53   좋아요 0 | URL
어...예전에 영월 살 때 동강 가까이서 살았어요.하송리라고 국내최대의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죠.관광안내도에도 나오는 큰 은행나무였어요.동강의 아이들에 저도 들어가겠군요.

마노아 2008-11-09 22:25   좋아요 0 | URL
동강의 아이들이었던 노이에자이트님! 자연과 벗 삼아 사셨군요! 부럽습니다. 은행나무 하면 용문사가 생각나요. 거기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고 했는데 몇 년 전에 병들어 죽어간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 현장학습으로 다녀간 곳인데 말이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11-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고향도 아닌 곳 자랑하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하지만 영월 그 은행이 더 큰 나무예요.얼마나 크다구요.기회 있으면 한 번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거기서 나온 은행열매를 싣고 가던 배가 동강 가운데서 가라 앉았다는 전설이...

마노아 2008-11-11 17:23   좋아요 0 | URL
더 크다고 하니 상상이 안 가요. 정말 어마어마하겠군요. 나중에 보게 되면 노이에자이트님 생각이 꼭 날 거예요. 전설까지 있고.. ^^

글샘 2009-02-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샘이가 마노아님 닮지 않았나요?

마노아 2009-02-26 10:46   좋아요 0 | URL
오호? 영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