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 도망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내가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는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이야기. -#006쪽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진 게 없어 불행하다고 믿거나 그러지 말자. 문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주인이었던 많은 것들을 모른 척하지는 않았던가. -#20.5쪽
앞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033쪽
먼 훗날은 그냥 멀리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 -#043쪽
항상 나는 지도를 처음 받을 때처럼, 지도를 펴들고 버릇처럼 묻는다. 이 지도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어디냐고. 그건 여행자에게 있어 중요한 시작이며, 절대적 의무이기도 한 일이다. 지금 현재 있는 곳을 마음에 두는 일, 그것은 여행을 왔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044쪽
발걸음을 멈춰 서서 자주 뒤를 돌아다본다. 그건 내가 앞을 향하면서 봤던 풍경들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풍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지나온 것이 저거였구나 하는 단순한 문제를 뛰어넘는다. 아예 멈춰 선 채로 멍해져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일도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뒤돌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냥 뒤로 묻힐 뿐인 것이 돼버린다. 아예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다. 내가 뒤척이지 않으면, 나를 뒤집어놓지 않으면 삶의 다른 국면은 나에게 찾아와주지 않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들 모두는 뒤에 있는지도 모른다. -#048쪽
나는 누구 인생의 무지개가 되면 안 될까? 그 누가 내 인생의 무지개가 되면 안 될까? 환상은 건드려서 이미 부서졌다지만, 희망은 건드리면 무지개가 되잖아. 저렇게. -#0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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