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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 ㅣ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구판절판
질 바클렘의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가을 이야기'다.
조카가 이번 주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해서 어제 주문했고 오늘 받았다.
주문 과정에서 봄, 여름, 겨울 시리즈가 중고책으로 있길래 그것도 주문했다.
이 책 늦게 도착할까 봐 따로 주문했지만.
표지가 참 맘에 들었다. 딱 보는 순간 '가을'이라고 이미지가 둥둥 떠오른다.
뭐랄까. 굉장히 고전적인데 낡은 느낌은 아니고 동시에 현대적인 멋이 있다.
다른 시리즈 봄, 여름, 겨울의 표지가 어떨지 자못 기대가 된다.
이중커버인데 양장본 겉장 그림도 똑같다. 프린트 된 종이 커버보다 그림은 선명하다.
맑은 가을날 들쥐 가족이 겨울 준비 하느라 아주 바쁘다.
씨나 열매, 나무 뿌리 따위를 저장하는 중!
마타리도 막내딸 앵초와 함께 숲에서 딸기를 딴다.
이들 가족의 옷차림을 보면 꼭 작은 아씨들이 나왔던 그 시대 배경같은 느낌이 든다.
저 포도 알알이 얼마나 달까 군침이 돈다. (근데 포도가 아니라 머루인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앵초가 사라지고 없다.
정신 없이 딸기를 따다가 길이 어긋난 모양이다.
앵초를 찾느라고 바구니를 뒤져보고 잎사귀도 들춰보고 나무 사이사이 동네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마구 찾는 중이다.
이 친구들이 모두 자그마하기 때문에 잎사귀가 망토 마냥 크다.
귀엽기 그지 없다.
떡갈 나무 성 안에서 다시 앵초를 찾는 식구들.
집안의 풍경이다. 먹을 게 잔뜩 있다.
겨울을 나고도 충분할 만큼 풍족해 보인다.
찬장에 진열된 과일들의 크기를 보면서 이들 들쥐 가족들의 미니 사이즈가 다시금 귀여워진다.
한편 길을 잃은 앵초는 나무 위 둥지에 살고 있는 들쥐네 집을 방문한다.
아,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집의 구조가 환상이다.
편안한 안락 의자가 있고, 주방에도 책이 가득하며 꽃향기가 물씬 나고 이층 낮은 천장 아래 햇볓 비치는 포근한 침대까지.
게다가 이불은 또 얼마나 예쁘고 감각적인가!
만희네 집에 이어 살고 싶은 집 모습이 또 나타났다.
밤새 길을 잃고 헤매다가 비까지 만나 와들와들 떨고 있는 가엾은 앵초.
어둠 짙은 배경에서 시각을, 또 방울방울 빗방울에서 차가운 감촉마저 전해진다.
버섯 아래서 떨고 있는 앵초의 눈에 저만치서 다가오는 불빛이 감지된다.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빛 조차도 무섭게 느껴지는 겁먹은 앵초!
무사히 돌아온 집안은 포근하고 아늑하다.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빛과 열기. 식탁 위에 놓인 죽 그릇. 무엇보다도 엄마의 따스한 품.
아이들의 정서에 안도감을 잔뜩 심어줄 수 있는 구도다.
정서 차이랄까. 서양인들이 그린 그림책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의 그림을 잔뜩 감상했다.
피터 래빗이나 앨버그 부부의 그림, 혹은 타샤 할머니의 그림 스타일의 그 느낌!
여중생이 쓰는 귀여운 수첩의 표지 그림으로 딱 좋을 것 같은 느낌의 바로 그림들.
이 책의 이야기 구조는 지극히 단순하다. 아마 아이들도 뒷 이야기의 흐름을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압권은 '그림'에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설명해 주고 표현해내는 그림.
가을 정경. 가을에 볼 수 있는 과일과 열매, 풀, 그리고 나무와 계절의 색깔.
거기에 덧붙여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정까지 함께 담아냈다.
엄마와 아이들 모두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머지 시리즈도 어여 도착하길!
아, 그런데 충격적인 것 하나! 책 속에 작가와 역자에 대한 정보가 한 개도 없다.
허헛... 이런 책 처음이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