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똥 참기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국시꼬랭이 동네 13
이춘희 지음, 심은숙 그림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국시꼬랭이 책을 펼쳐들었다.

밤똥참기라고 해서 '밤색 똥'을 생각했는데 '밤에 누는 똥'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수십 년 전, 재래식 화장실에 대세고, 전깃불도 없던 그 때에 한밤중에 똥이 마려우면 형이든 언니든 깨워서 함께 가야 했던 그 시절 이야기다.

촛불 들고 화장실에 쭈구리고 앉아서 밖에 있는 형이 혹시나 먼저 가버릴까 괜히 말 시키고 노래 해달라고 청하는 그런 이야기.

나 어릴 적에, 언니가 화장실 같이 가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같이 가줬는데, 내가 가고 싶을 때 같이 가달라고 하면 언니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생각해 보니 나쁘다!

재래식 화장실을 써본 경험은 있지만, 밤똥 참기 비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 비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주문 같은 거였다. 나 대신 밤똥 누라고 닭에게 인사하고 주문하기.

중요한 건 그 효력이 아니라, 배변 습관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와 의지인 듯.

맨 뒷편에 '밑씻개'에 대해서 나오는데 이것도 신선하다. 새끼줄로 항문을 닦았다는 얘기는 알고 있지만, 옥수수수염이나 나무토막도 쓴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게다가 냇가의 반질반질한 자갈돌을 햇볕에 달구거나 부엌 아궁이 앞에서 달궈 사용하면 배탈에도 좋다는 놀라운 이야기! 게다가 이것들은 '재활용'한단다. 우오오오오!  비데 쓰는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환장할 이야기로구나.

우리 기준으로 보면 비위생적으로 보였을 그런 살림살이 안에서도 옛날 어른들은 아이였을 때 우리보다 더 건강하게 살았던 것 같다.  편하게 살고자 자연을 버려버린 인간들의 죄업이랄까.  과거에는 때맞춰 예방접종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항체가 생기던 것들이 요새는 억지로 주사 맞고 만들어줘야 예방이 되는 그런 무수한 예들도 마찬가지다.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잃어버린, 혹은 잊고 있는 우리의 자투리 문화와 전통을 알려주는 구수한 이야기 보따리인데, 너무 낯설어서 아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거나 흥미를 일으키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자꾸 접하게 되면 친숙해지기는 할 터이니 포기는 금물!

이번 그림은 진짜 시골스럽고 재래식 느낌의 거친 필체다. 부러 이런 그림을 그렸을 터인데, 그 감각이 놀랍다. 때타고 콧물 찡찡에 말썽도 많이 부릴 것 같은 그런 인물이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순수하고 천진한 그런 아이의 모습이다. 사진은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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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7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똥을 그렇게 생각하다니~ㅎㅎㅎ 요즘 애들에겐 전설의 고향-하긴 전설의 고향도 모르겠구낭^^-같은 얘기지요.
아~ 재래식 뒷간의 추억이 냄새 곁들어 몽실몽실 피어납니다.ㅋㅋㅋ

마노아 2008-10-26 13:45   좋아요 0 | URL
요즘 전설의 고향은 예전 그 스산하고 처량맞은 분위기가 안 살아요. 우린 온가족 둘러앉아 이불 뒤집어 쓰고 보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말예요. 리뷰에서 막 냄새가 나고 있어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칙간에서 일보고 있으면 암탉이 두엄더미 위에 올라가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왜 그런지 모르겠어요.그러면서 알을 낳으니 뭐라 하기도 그렇고...

마노아 2008-10-26 16:26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그녀들의 시선을 느끼며 볼일을 보기란 좀 거시기하겠군요.
그 풍경을 배경으로 알을 낳는 그녀들의 심상은 또 어떨까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0-26 22:29   좋아요 0 | URL
왜 그리 빤히 쳐다보는지...그 모습이 그래도 귀엽잖아요.

마노아 2008-10-26 22:36   좋아요 0 | URL
아, 닭이 귀여워질 수도 있군요. 도시 촌놈은 잘 상상이 안 가요. 병아리는 귀여워 보이는데 말이죠. ^^

메르헨 2008-10-2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노아님 언니와 같은 만행을 제가 자주 저질렀죠.
하하하하....^^지금 생각하니 참 미안하더라구요.^^

마노아 2008-10-26 22:36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누군가는 메르헨님과, 또 누군가는 저의 입장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추억할 거야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