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기 지렁이 꼬물이의 일기 ㅣ 앗! 신기한 벌레 친구들 1
도린 크로닌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 한언출판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표지를 열었을 때 나오는 첫장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지렁이 꼬물이의 성적표의 학과 가목이 재밌따. 굴 파기. 지저분하게 굴기. 거름만들기, 꿈틀거리면서 가기. 우리한테 익숙한 체육, 미술, 역사도 있다. 이때의 역사란 지구와 흙, 그리고 지구의 역사일 테지?
낚시철이 되자 지렁이 가족들은 잔뜩 긴장한다.
삽질 소리에 귀가 예민해진 아버지와 달리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쿨쿨 주무시기만 하다.
오른쪽 그림은 쿵쾅거리며 뛰는 아이들이 지렁이들에게 얼마나 공포를 안겨주는지를 묘사해주었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뛰어노는 아이들이 무섭긴 하다. 놀지 말랄 수도 없지만!
점심 도시락을 깜박한 꿈틀이!
그 바람에 숙제를 먹어치웠다.
벌로 '다시는 숙제를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열 번을 썼는데, 그마저도 그만 먹어버렸다. 못말리는 꿈틀이!
미술시간에 마카로니 국수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지렁이의 굵기가 눈으로 확 와닿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이러면 안 되지만, 마카로니를 걸친 지렁이를 상상해보니 많이 징그럽다ㅠ.ㅠ
공주병 누나는 늘 노란 리본을 하고 다닌다.
거울(물 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때 꿈틀이가 한 마디 했다.
"누나 얼굴은 꼬리하고 똑같이 생겼어!"
오옷, 정답이다! 근데 왜 엄마는 웃지 않으시고 뭐라뭐라 하셨을까?
누나가 상처 받았나보다!
지렁이로 태어나서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가 없어서 치과에 가지 않아도 되고, 집안에 진흙 자국을 내고 다녀도 되고, 목욕을 안 해도 된다.
엄마의 표현이 재밌다.
"지저분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
사람들은 땅 속에서 지렁이들이 살면서 우리를 얼마나 이롭게 해주는지 늘 까먹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구는 그 사실을 까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가 잊지 않은 존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르스'를 읽어서인가 더 공감이 간다.
그 책만큼의 감동은 부족하지만.
책 맨 뒷장의 오목조목 그림인데 역시나 보는 재미가 있다.
근사하게 생긴 잎사귀는 돈이었는데 지렁이 입장에선 그냥 그림이 예쁜 종잇조각일 뿐.
야구공은 '바위'로 보인다.
책 속 부록으로 스티커가 들어 있다.
그림을 보고 적절한 인삿말을 붙이면 된다.
조카가 아직 보기 전인데 내가 먼저 붙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는다.
애나 어른이나 스티커를 보면 환장을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