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계절 옷을 정리하느라 무려 5시간을 소비했고, 어제는 한 달 여 전에 끝내지 못한 가게 정리 후 들어선 온갖 잡기에 대한 재정리를 또 5시간 동안 착수(?)하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저녁 먹고 출발했을 때는 도착 예상 시간을 30분 정도 넘겨야 했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려던 곳은 KBS홀. 제 14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지난 달에 온라인 투표 선착순 500명에 들어 시상식을 갈 수 있게 되었는데(1인당 1매만 주더라. 십만원 후원금 낸 회원은 1인당 2매 줄까?), 오래 기다렸던 것에 비해 갈까말까 고민하면서 출발했다. 일단 너무 피곤했고, 늦게 도착할 게 뻔했고.
그냥 버스 타고 주욱 갔으면 막히긴 했어도 한 번에 바로 가는 건데, 좀 일찍 가보겠다고 지하철 탔다가 여의도에서 어찌나 헤맸던지...ㅜ.ㅜ
결심했다. 앞으론 빨리 가는 길 말고 아는 길로 가자고...(ㅡㅡ;;;)
내가 도착했을 때는 남녀 인기상 시상식 중에서 바다(최성희)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을 때였다.
중간 길목에서 박시연 인터뷰가 있어서 스텝이 못 지나가게 막아서 막 실랑이 벌이고...;;;;
기대했던 축하 공연은 내 마음의 풍금, 지킬앤 하이드, 그리스, 찰리 브라운 이렇게 네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작년도 최우수 주연상을 받았던 류정한과 김선영이 지킬앤 하이드에서 Dangerous Game을 불렀는데, 아 소름돋더라!
그리고 최우수 주연상을 받은 김법래씨는 목소리가 어찌나 울리던지, 사회를 맡은 옥주현 표현처럼 제대로 '목욕탕 목소리'를 보여주었다.
음성도 음성이지만 다들 노래를 너무 잘해서, 그 순간에 든 생각은 가수들의 노래가 너무 '보잘 것 없다'란 느낌까지.(안 그런 가수도 많지만)
무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해서 오만석의 김종욱 찾기 공연을 못 본 게 정말 안타까웠다.
이게 알고 보니 스포츠 조선 주최에 문화광광부 후원인지라 반갑지 않은 무대 인사도 들어야 했다. 유인촌이 옛날엔 이렇게 비호감이 아니었는데 말이지...(ㅡㅡ;;)
여자 조연상의 박준면씨는 아현동 마님으로 얼굴을 익힌 배우인데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이분은 자신이 탈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하고 오셨는데, 막 울면서 얘기하기를, 자기는 너무 뚱뚱하고 못 생겨서 95년 데뷔 당시(명성황후에서 하인 역할) 윤석화 선배님께 자신이 계속 뮤지컬을 할 수 있겠냐고 상담을 했더니 10년만 버텨보고 결정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버텼더니 이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자신을 예쁘게 낳아준 엄마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간 설움도 많았을 텐데 끝까지 버텨준 배우에게 박수를! 노래는 직접 못 들어봤는데, 울림을 감안하면 보통 목청이 아닌듯 싶다. 기회되면 무대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조정석씨는 남자 신인상을 탔는데,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시골학교 초임부임한 총각 선생 이미지 딱이었다. 근데 키높이 구두 신었을까? 키가 몹시 커보였더랬다. 바람의 나라 호동 왕자 역할 할 때에는 맨발로 나와서 별로 크단 인상을 못 받...;;;
여우주연상의 김소현씨는 개인적으로 노래가 별로여서 그닥 아니 좋아했더랬다. 직접 사인도 받은 적이 있지만 공연에 실망한 적이 두어번 있는지라..;;; 마이 페어 레이디는 내가 보지 못했으니 패쓰. 인물은 확실히 좋다는 것도 인정!
예전에 조승우랑 강성효씨 수상할 때 기억이 나는데 그게 벌써 4년 전이구나. 아, 시간 참 빠르지.
-------------------------------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기사---------------------------------
뮤지컬 ‘내마음의풍금’이 20일 열린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사범대학을 갓 졸업한 풋내기 교사를 향한 늦깎이 초등학생 소녀의 사랑을 유쾌하고도 애잔하게 그린 뮤지컬이다. ‘내마음의 풍금’은 신인남우상(조정석), 연출상(조광화), 극본상(이희준), 작곡상(김문정·최주영), 무대미술상(정승호)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베스트외국뮤지컬 상은 ‘헤어스프레이’에게 돌아갔다. 1960년대 초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뚱뚱한 여고생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
7관왕 후보에 올랐던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는 남우주연상(김법래), 남우조연상(서범석), 여우신인상(최성희) 등 주요 연기자 상을 휩쓸었다. 특히 그룹 SES 출신 최성희는 이날 인기스타상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마이페어레이디’에서 시골처녀에서 고상한 상류층 아가씨로 변모하는 일라이자를 연기한 김소현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안무상(데이비드 스완)도 받았다.
라이선스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여우조연상(박준면)과 음악상(이나영)을 가져갔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오프닝쇼와 함께 화려한 막을 올린 이번 시상식은 한석준 아나운서와 옥주현의 사회로 진행됐다. 총 71편의 출품작을 대상으로 18개 부문에 걸쳐 시상했다.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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