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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ㅣ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평점 :
익히 제목을 들어왔었는데 이제사 만났다. 아, 이토록 사랑받아온 이유가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 정말 눈물나게 짠하고 감동스럽다.
전학생 최영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말을 잃은 아이다. 잘 씻지도 않는지 냄새도 나고 행동도 느릿느릿. 준비물도 가져오지 않고 바보 굼벵이로 통하는 그 아이.
학급 친구들은 영대를 자주 놀리고 괴롭혔다. 심지어 몰매를 때리기까지. 여학생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남학생들이 윽박지르니 선뜻 다가가지를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영대를 괴롭히지 못하게 야단을 자주 치셨지만 어느 정도는 방치시키는 분위기였다. 채 손을 쓰지 못하신 것이다.
사건의 발달은 경주 수학 여행 때였다. 깊은 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선생님이 방에 계시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어서 나가주기만을 바라면서 졸음을 쫓을 때, 누군가 방귀를 끼었다. 방귀소리의 주인이 영대일 거라고 또 놀리는 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영대가 너무나 서럽게 울어버린 것이다. 지금껏 아이들이 그토록 놀리고 때리고 괴롭혀도 울기는커녕 대꾸 조차 없던 그 영대가, 목놓아 울어버린 것이다. 선생님은 학급 아이들을 단체로 벌을 주었는데, 아이들은 영대의 피맺힌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온 맘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이내 방안은 눈물 바다.
이후 영대에게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지극히 아이스럽게 순수하고 따듯하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철없고 또 한없이 잔인할 수 있었던 그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또 그만큼 순수하게 마음을 열수도 있는 거였다.
엄마 잃고 말도 잃고 친구도 무엇도 없던 영대가, 단 한 번의 그 울음을 통해서 세상과 만났다. 친구를 얻었고, 말을 찾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이제 영대를 소중히 생각하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내 짝꿍' 최영대를 얘기하고 있다.
97년도에 출간되어 십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내 짝궁 최영대. 내 손에 들린 책은 초판9쇄로 2000년 2월 출간작이다. 중고샵에서 구했는데 십년도 더 되어 빛 바래고 때가 많이 탄 것을 양심없는 누군가가 '최상'으로 팔았다. 열이 받을 뻔 했지만 책이 주는 감동이 너무 귀해서 양심없는 그 누군가도 용서하기로 했다. ^^
아마도 재미마주 학급문고를 처음 접한 것 같은데 좀 더 눈여겨보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리뷰는 알라딘에서 100번째로 올라가는 리뷰로 기록될 것이다. 어쩐지 그 숫자가 맘에 든다.
작품 속 최영대처럼 나 어릴 때도 이런 비슷한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도 또 이와 비슷한 친구가 있는데, 그 소외된 외로운 영혼들을 떠올려 본다. 나 자신이 그 친구들을 대등한 관계가 아닌 동정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본다. 작품 속 친구들은 짓궂고 못되게 굴기도 했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때는 더 확실히 똑같은 눈높이의 친구가 되었는데 말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