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68
케빈 헹크스 글.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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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평이하고 너무 흔하기까지 하지만 내용은 최고였다. 이렇게 깜찍하고 기분 좋은, 멋진 이야기를 써내다니!

작가가 또 어떤 책을 썼는지 검색해 보았다. 다른 책들도 눈에 띄면 바로바로 봐야지!

릴리는 예쁜 쥐순이(!).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게 나뉘는 릴리는 그야말로 개성만점 소녀.

연필을 뾰족하게 깎는 것을 좋아하고, 끽끽 끽끽 분필 소리 내는 것도 좋아한다.
기다란 복도에서 장화 신고 딸깍 딸깍 달리는 것도 좋아한다.
아마도 대체로 자극적인 것을 좀 좋아하는 편이다^^;;;;(특이하다!)

그렇지만 릴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슬링어 선생님 반이 된 것이다.



슬링어 선생님은 멋쟁이로 날마다 다른 안경, 다른 넥타이를 매는 패션쟁이다.
릴리만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도 크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모두 외칠 정도로 선생님은 인기가 좋다.

작가는 그림도 아주 역동적으로 묘사했는데, 천방지축 말괄량이 릴리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2차원 평면이 아니라 3차원 영상으로 재현되는 듯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그려졌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5분짜리 행복한 동화가 되지 않을까?

어느 월요일 아침. 릴리는 기분이 몹시 좋다.
어제 할머니와 쇼 핑을 하면서 멋진 선글라스와 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보랏빛 손가방을 산 것이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동전 세 개도 들어 있다.

폴짝폴짝 춤추듯, 날듯 학교에 온 릴리는 모두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 잠시도 가만 있을 수가 없다.
있는 껏 참았지만 결국엔 욕망 앞에 무릎을 꿇은 릴리!

선글라스를 끼고 손가방을 열어 음악을 들려주고 반짝이는 동전을 자랑하는 릴리.

결국 선생님은 릴리의 자랑스런 물건들을 수업 끝날 때까지 압수하셨다.

릴리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너무 슬퍼서 선생님이 나눠주신 과자도 먹을 수 없었다.



슬퍼하던 릴리의 마음은 곧 분노로 바뀌고 선생님에 대한 원망이 가득차버린다.

그래서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 가방에 슬쩍 집어넣었다.



멋쟁이 선생님은 심술쟁이 뚱보 아저씨로 타락하고 말았다!

헌데, 수업을 마치고 슬링어 선생님이 릴리에게 다가오시며 보랏빛 손가방을 돌려주신다.

릴리의 가방이 예쁘다고, 동전들의 짤랑거리는 소리랑, 선글라스까지 모두 멋지다고 릴리가 듣고 싶었던 얘기를 해주신다.

다만 공부에 방해만 되지 않게 학교에 갖고 오라고...

릴리는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난 선생님은 되지 않을 거라고 주문을 외듯 다짐하면서 집에 오던 릴리는, 보랏빛 손가방 안에서 선생님이 넣어 놓으신 쪽지를 발견한다.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훨씬 좋아질 거다."

게다가 가방 안엔 릴리가 먹지 못했던 과자까지 들어 있었다.

릴리는 가슴이 울렁울렁거렸다. 와락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마구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엄마 아빠께 이 얘기를 모두 털어놓는다.

모진척, 독한 척 했지만 어리고 여리기까지 한 릴리의 마음의 변화를 작가는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그날 밤,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귀여운 릴리. 좋아하는 만화도 보지 않고,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가 배기도록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엽고 깜찍하다.

벌을 준다고 반성하는 표정을 지어보지만 의자 위에서 따분해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끝내 엎어져버린 의자까지, 작가의 그림 센스가 뛰어나다!

그리고 릴리는 슬링어 선생님께 새로 그림 편지를 썼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선생님의 용서를 구하는 솔직한 편지가 짠하고 찡하고 또 쨍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릴리를 어떻게 미워하고 용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도 멋지다. 다음 날 학교에 가져갈 수 있게 과자를 구워주시고, 릴리의 마음을 알아주실 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

그리고 슬링어 선생님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와'라는 감탄사도 섞어주면서 릴리의 사과를, 예쁜 마음을 받아주신다.



이제 릴리는 너무너무 행복하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오늘은 어제 보다 훨씬 좋은 날이었다.

다시금 릴리는 춤을 춘다.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 그림의 네모 칸 밖으로 뛰쳐나오기까지!

마지막까지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작가다.

아이의 마음의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고, 또 아이에게 필요한 적절한 조언과 교훈도 함께 주는 명작이었다.

아이뿐이겠는가. 엄마 아빠도, 그리고 선생님까지도 모두 이 책에서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감동과 깨달음, 교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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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12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케빈 행크스에게 완전 반하셨군요.^^
역시 반할만한 책이지요~~~ 릴리, 너무 사랑스럽죠, 아마도 작가의 모습이 아닐지 상상했어요.^^

마노아 2008-10-12 20:45   좋아요 0 | URL
언니 집에 케빈 헹크스 작품이 두 개 더 있길래 마저 빌려왔어요.
릴리라는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도 너무 좋아요^^

마냐 2008-10-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 보관리스트로.....꾸벅

마노아 2009-12-10 22:45   좋아요 0 | URL
세상에, 1년이나 더 지나서 이 댓글을 보았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