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밥 낮은산 작은숲 1
김중미 지음, 김환영 그림 / 낮은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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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와 만나게 해준 첫번째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었다. 얼마나 아프고 찡하던지. 오래오래 마음이 아렸었다.

그리고 금년 여름에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로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역시나 코끝 찡찡!

그리고 방금 전 세번째 만남을 마쳤다. 종이밥!

'낮은산' 시리즈여서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눈물바람이다. 어찌 이리 독자를 자꾸 울리실까나.

작가는 늘 가난한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거친 세상살이에 내몰린 지치고 약한 아이들.

자신들 탓이 아닌 현실의 고단함에 던져진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그럼에도 밝고 꿋꿋했다.

그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웃음이, 소중한 형제애가, 따스한 연민이라는 게 있었다. 그 사실이, 늘 고마웠다.

이 작품의 제목 '종이밥' 세글자가 아릿하다.

어린 동생 송이는 배고플 적마다 종이를 씹었다. 종이에서 밥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심심하고 배고플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오락거리이자 위로가 그것이었다. 종이를 질겅질겅 씹는 것.

엄마, 아빠가 모두 사고로 돌아가시고 청소 일을 하시는 다리 아픈 할머니와,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자잘한 생활용품을 파시는 천식을 앓는 할아버지. 그리고 동생 돌보느라 늘 바쁜 철이와 철없지만 명랑 쾌활 씩씩한 동생 송이. 그렇게 네 가족의 신산한 세상살이가 책을 통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쌀독엔 쌀이 떨어졌고, 라면도 몇 개 안 남았는데 할머니의 월급날은 멀기만 하다. 병원 신세를 자꾸 지시는 할아버지에 어린 손주들까지. 할머니는 어린 손녀딸을 절에 맡기기로 결심하신다. 아이는 동자승이 될 테지만, 배는 곯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더 많은 교육을,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지도 모른다. 그래야 했다. 그게 마땅했다. 모두를 위해서 그게 옳았다.

그랬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동생에 치여서 힘들었던 철이도 송이를 보내고 싶지 않다. 돈 없고 힘 없고 건강까지 잃어버린 할아버지라고 다를까. 손녀를 보내겠다고 결심한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송이는 친구 다솜이가 새 책가방 자랑에 새옷 자랑하는 게 속상해서 곰돌이 푸우가 그려진 빨간 가방을 사달라고 채근할 뿐이다.

읽다 보면, 모두가 내 맘 같아서 얼마나 마음이 싸아했는지 모른다.  2년 동안 모은 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고작 2만원. 학교에서 생활보조금으로 준 농산물 상품권 만원 권. 그것들과 바꾼 빨간 책가방. 그 가방엔 아이의 책 대신 절에서 입을 옷이랑 양말이 가득 들어갔다. 두 밤만 자고 올 거라며 손 흔드는 송이를 할아버지와 철이는 목이 메인 채 이별해야 했다.

밥이 넘어갈 수 없고 잠이 들 수 없던 그 이틀 간의 시간. 우리 송이는 이제 정말로 동자승이 되는 것일까.

모범 답안은, 그래도 가족이 힘을 모아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나가는 것. 그 모범답안을 만들어내는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은데......

경제가 말도 안 되게 망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말이 아니었지만 너무나 눈에 드러나게 무너지고 있다. 다시 또 IMF가 오는 것이 아니냐며 서민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신문을 보면 날마다 자살 소식이 들린다. 오늘은 아이에게 운동화를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젊은 어머니가 목을 매었다. 정말, 끔찍하다.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해질수록 이런 기막힌 사연들은 더 자주 우리 귀에 들릴 텐데...... 그런 소식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가십거리처럼 흘려지게 될까봐 또 겁이 난다.

너무 가난해서 너무 아프고 서러운 이들이 우리 주위에 없도록, 계속해서 줄어들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 사회의 지킴이 노릇도 열심히 해야 하는 우리들일 것이다.  그러한 사회를 꿈꾸며 아프지만 예쁘고 고마운 글을 써주는 김중미 작가를 또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주어진, 맡겨진, 또 할 수 있는 제 몫의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

새끼 개도 참 좋았는데, 종이밥은 더 크게 마음에 남는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고 리뷰도 많이 남기셨지만 앞으로도 쭈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같이 울어보자. 울어도, 챙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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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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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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