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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ㅣ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4
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4월
김동성 작가님 그림이 고파서 구입했다.
중고샵에서 건진 터라 표지가 지저분했는데 겉 껍데기를 벗기니 하얀 속살이 매끄럽다.
농사일로 뼈가 굵어졌을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이 사실적이다.
엎드려 울고 있는 아이의 설움이 그림자 속에서 번지고 있다.
화전을 일구어 살고 있는 가난한 살림의 면모가 집의 외관에서 느껴진다.
산골 집인지라 지붕의 재료도 산 속에서 얻은 것들이다.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에서 옛스러움이 묻어난다.
사람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말동무 되어주는 이는 메아리.
내가 던진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기만 하지만
외로운 아이에게는 그 조차도 반갑고 고마운 소리이다.
그렇지만 지금 돌이의 마음속엔 누이 생각만 간절할 뿐.
열다섯 어린 누이가 먼 데로 시집 갔다.
고운 옷 입고 머리 올리고 갔지만, 그 모든 게 다 싫었던 돌이.
엄마같고 친구같던 누이였을 텐데, 얼마나 외로울까...
누이 찾아 삼만리.
헌데 생각보다 멀다.
짐작보다 산은 깊다.
이러다가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털푸덕 주저앉아 막막해 하는 돌이에게 구슬픈 아버지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소가 송아지를 낳았다고 돌이를 부른다.
혼자 멀리 나갔다고 야단치지 않고 돌이의 외로운 마음을 살펴주는 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씨가 짠하다.
누이는 갔지만 송아지가 새 가족이 되었다.
돌이는 반갑게 송아지를 안아보지만, 어미소는 제 새끼를 지키느라 경계하는 마음이 잔뜩이다.
산마루에서 길게 소리를 질러본다.
되돌아 오는 메아리가 경쾌하기만 하다.
아이의 마음을 반영하여 앞장의 어두웠던 배경이 아니라 밝고 환한 산과 하늘의 모습이다.
아, 이 책 아득하니 따스하고 아련하니 감동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