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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앤 존 Martin & Jhon 7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9월
평점 :
표지 그림에 댕기머리 아씨가 있어서 놀랐다. 언제나 주인공은 마틴과 존, 두 청년이었건만, 어찌하여 표지 타이틀은 여인네인가. 게다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시나 배경은 조선시대가 맞았고, 표지의 아가씨가 첫 씬부터 등장한다. 이 아가씨, 보통내기가 아니다.
혼사날만 잡아 놓으면 정혼자들이 모두 죽어나가서 사내 잡아먹는 애기씨라고 소문도 흉흉하다.
날카롭고 야무지지만 뭔가 음침한 구석도 있고 독한 구석도 있어 아버지 조용필(!) 영감은 여식이 무섭다!
그런 그녀에게 정반대 성격의 남동생이 하나 있다. 바깥 출입도 거의 없이 거문고만 벗삼아서 지내는 유약한 도령.
이 상반된 성격을 가진 남매를 갑작스레 라이벌로 만들어버린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남사당패에 끼어 온 '마'씨 성을 가진 총각 하나!
그러니까 사건은, 그 총각이 달밤에 목욕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필이 통한 까닭인데, 남매가 함께 전기가 통했으니 오호 통재라!
그리하여 그 후 마씨 총각 차지하기 쟁탈전이 벌어졌으니, 제목에서 느끼다시피 기 센 애기씨에게 불리한 이야기라는 것!
뭐랄까. 꽤 흔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유머러스하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이끌어가는데 여기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작가가 그 동안 해온 시리즈 중 가장 장수하고 있지 않은가. 호텔아프리카도 애장본으로 4권 분량이었으니 7권 진도를 나가고 있는 이 작품이 이야깃줄이 더 길다.
게다가 '외전'에서 조용필 대감은 사실 몰랐던 두 남매의 어미, 일찍 죽은 그 어머니의 괄괄했던 성정과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 고 '이미자(!)' 여사는 태교를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피를 제대로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이야기~!
조선이라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신분과 굴레에 싸여 있던 사람들이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들만의 자유를 찾는다. 알면서 도와주고, 알면서 놓아주는 누이와 아비의 마음 씀이 좋다.
작은 그림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큰 표지로 보니 표지의 보색 대비 한복 색과 푸르른 잎사귀의 조화가 곱디 곱다. 한복 소매단의 꽃무늬와 노리개의 단장 색이, 또 제목 위로 코팅 처리된 반질반질한 글자도 두근거리게 맘에 든다.
신간을 먼저 읽었으니 이제 윙크 연재분을 보련다. 중간에 텀이 조금 있지만 그건 감수하고 나중에 단행본 8권으로 채워봐야지.
그나저나, '마'씨 성을 가진 남정네와 '조온'이란 이름을 가진 남정네가 주인공이었으니, 나름 '마틴'과 '존'의 구색은 맞춘 것이다. 작가님 센스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