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커넥션] 서평단 알림
기후 커넥션 -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로이 W. 스펜서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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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입니다.

서평단 도서를 신청할 때,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그런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받고나서 보니 그 반대였다. 지구 온난화는 과장되어 있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부풀려진 허구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일갈이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익히 알고 있던,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내용이 거짓이라고 하니 당황스러운 것이고, 그보다는 그같은 주장을 거침 없이, 그것도 꽤나 독설을 섞어서 뱉어내는 이 사람의 진심과 진실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8%나 차지하면서도 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합의한 도쿄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이 책이, 그런 미국의 추잡한 의도를 감춰내기 위한 역공작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 99가지 거짓말을 해왔다고 해서 남은 한 가지도 꼭 거짓말일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는 거지만, 그만큼의 신뢰를 잃어온 것은 사실이니 저자가 억울해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기후의 시스템에 대해서 꽤 긴 장을 할애해서 설명을 하는데, 중구난방이다. 과학적인 매커니즘인지라 나의 소양 부족으로 이해가 더딘 것일 수도 있겠다. 이미 '의도'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더 읽기 싫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나마 다행이게도 뒤로 갈수록 좀 더 가독성은 늘어난다. '다행히도'!

앞쪽에서 가상의 풍자뉴스 실험 얘기가 나온다(52p)
절반 이상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는데, 꾸며낸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은 사람들이었고, 거짓임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환경 재앙에 대한 우려가 낮은 사람들이었단다. 설문 결과의 도출 과정이 자연스럽지도 않고 인과관계도 설득력이 없는데, 게다가 설문 내용도 정확한 결과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저자가 비아냥거리며 내뱉는 말투를 견디기가 참 불편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과학적 설득력'이 어찌나 부족하던지!

저자는 얘기한다.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로비 자금을 위해서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기후 위기론을 만들어낸다고. 그들은 모두 정치적인 어떤 의도가 있는 자들이라고.

글쎄.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저자 자신도 충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중요한 건 경제라고?

그 말에도 동의한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서 '환경보호'란 당장 직면해 있는 가난과 굶주림을 생각한다면 사치스러운 구호가 될 것이다. 그럼, 그들이 아마존 강의 밀림을 얼마든지 태워버려도 방치시켜야 하는가? 그들이 초지를 태워서 사막이 자꾸 늘어나는 것도 두고 볼 것인가?  환경보호로 그들이 힘들어 하니까 환경보호를 외치지 말자! 이 등식이 말이 되는가?

그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게, 성장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이미 성장해 버린,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선진국들이 해야 할 몫이며 의무이지 않은가?

저자가 결국 거품 물면서 반대하는 이유는 그같은 환경보호 때문에 '경제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얘기를 했지만, 사실은 미국의, 잘 사는 나라들의 거대 기업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꼭 광복절 사면이 생각난다.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경제사범들이 대거 석방된다. 대통령은 뭐라고 말을 하는가? 경제를 위해서 특별사면을 허락했으니 경제 발전에 꼭 힘쓰라고. 추하다! 본말을 전도하고 있다. 미친 쇠고기를 만들어내는 그 소의 사료를 위해서 사용된 옥수수. 그 옥수수는 사실 굶주리고 있는 다른 난민들를 위해서 먼저 쓰여져야 마땅했다. 그런 반성은 없으면서 자신들의 거침 없는 돈벌이에 방해를 하지 말라고 외치다니.

새만금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다. 환경보호단체들이 끊임없이 반대를 해왔다. 새만금 행사에 초대된 가수들은 출연 거부를 외쳤다가 소송을 당했다. 어쩌면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개발을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른 생계 수단이 충분했어도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농업이 망해버린 이 나라에서 그 땅 메워 쌀 농사를 지을 것인가, 아니면 관광지로 사용할 것인가? 국토가 작으니, 그 땅 더 늘여서 나라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인가? 바다를 죽여서, 갯벌을 망쳐서, 그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우리의 상식으로는 지구의 생명줄인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그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구 온난화도 그리 접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자꾸 공격하는 '불편한 진실'의 앨고어. 그 사람이 일단 정치가였기 때문에 좀 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는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계로 제시한, 사진으로 보여준, 기후 변동에 대한 온갖 자료들이 내게는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실제로, 우리는 피부로 기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가?

북극 곰들이 해빙으로 인하여 설 땅을 잃고, 얼마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눈이 내렸다. 내년부터는 장마 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추측히 힘들어지는 것이다. 너무 자주, 그리고 괴상하게 변하고 있는 이 땅의 기후가 말이다.

지구가 오래오래 살아오는 동안, 기후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급격한 변동으로 생물의 종이 멸망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변화가 지금처럼 사람의 짧은 생을 사는 동안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우린 우리 후손 역시 마땅히 누려야 할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있고, 그 점에 대해서 불편하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마땅하다. 저자는 그런 죄책감이 쓸데 없다고 억울하다고 마구 외치고 있지만.

지구가 점점 따뜻해져서 극지방이 녹지화되고 있다는 게 과연 축하할 일인가? 빙하가 녹고 있는데 그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가 태연스럽게 들고 있는 온난화의 반가운 전망들이 내게는 엽기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주 적은 온도의 변화만 예측된다고 했는데, 지구 전체의 온도가 아주 조금 올라가는 것도, 지구가 겪을 몸살로는 어마어마한 결과가 아니던가?

저자는 앨 고어가 제시한 소박한 대안들을 비웃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용, 집안에서 전기 플러그 뽑기 등등.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또 저자의 말대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으니 일단 두고 보더라도, 집안에서 전기 플러그 뽑아두는 것 등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 왜 비웃음을 사야하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나서서 움직여야 하는 대안 정책과 개인이 소소하게 해낼 수 있는 대안책이 어떻게 같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서 큰 힘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실제로 여름철에 에어콘 사용량이 많을 때 전체 가구가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에너지가 얼마만큼 절약이 되고 그 돈이면 급식을 못하는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다고 공익광고는 선전하지 않았던가. (물론 우리나라 광고지만.)

저자는 기후 문제보다 경제 문제 얘기에 더 공을 들이고 더 쉽게 써 나갔는데, 결국 핵심 얘기는 그거다. 교토 의정서와 같은 탄소세, 국가 간 소득 재분배 계획은 기존의 부를 파괴하고 새로운 부의 창출을 막는다는 것. 이런 처벌 위주의 정책들은 비생산적이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개발을 지연시킨다는 것.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되더라도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미국'이 특단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특단의 조치는 미국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데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

하하. 그러니까, 미국이 연구 중이니까 니들은 걱정말고 에너지 팡팡 써라. 우리가 에너지 팡팡 쓰는 것도 토달지 마라. 교토의정서는 짤없다! 뭐 이런 결론?

혼자 이렇게 외치려니 뻘쭘하고, 사람들 시선도 곱지 않으니 불편할 테지. 그러니 외친다. 양심의 가책 따윈 필요 없다. 지구는 안전하다.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 니들도 불편한 것은 싫지? 에너지는 넘친다. 만만세!

맙소사. 정말 충격적인 책이다. 저자가 말한대로 우리가 속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뻔뻔한 얘기를 당당히 하고 있고, 그게 또 책으로까지 나왔다는 게 충격이다. 세상엔 발로 차버려도 속이 시원찮을 쓰레기 책도 많으니까 이 책만이 독자의 분노를 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한 달여간 이 책을 붙들고 어떡해서든 읽어내려고 애쓴 내가 좀 가엾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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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0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기후 커넥션이란 게 그런 거였어요? 정말 커넥션이란 말이 붙을만한 책이군요.ㅜㅜ
미국의 횡포는 세계가 느끼고 있는데 혼자서만 의연한 척, 고고한 척~~~ 써글넘의 책이군요.^^
이런 책은 냉정하게 평가해서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내야겠군요.ㅋㅋㅋ

마노아 2008-10-03 20:59   좋아요 0 | URL
아주 엽기적이었어요. 읽기 싫어 죽을 뻔한...;;;;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오타가 어마어마하군요. 아침에 쓰면서 무지 흥분했었던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메르헨 2008-10-0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헉 이런 이야기였군요. ㅋㅋㅋ 제목과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 참으로...대략난감과 함께...^^;;
마노아님 덕분에 한권 읽은 기분입니다.^^

마노아 2008-10-04 15:03   좋아요 0 | URL
설마하니 이런 역공격일 줄이야 상상도 못했지요. 대략 난감 그 자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