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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7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서 보는 만화책들이 출간되어도 아주 급하게 주문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하백의 신부는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주문을 해버렸다. 편의점 배송인지라 월요일 도착한다고 해서 급좌절했는데, 다행히 토요일 도착이다. 만세!
표지 그림이 꽤 맘에 들었다. 배경의 고즈넉한 느낌도 훌륭했지만, 그 안에 자리한 하백과 표범의 매치가, 손가락 끝에 달려 있는 청동잔이, 조금은 시니컬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한 그의 표정이 맘에 들었고, 의자 끝의 용무늬 장식도 근사하다. 꽃도, 나비도 모두 곱다. 특히나 하백이 입은 푸른빛 옷자락이 제일로 맘에 든다. 표지에서 이미 가을이 도착해 있다. 후훗, 여름에 보면 좀 더울 표지일 수는 있겠다. ^^
앞쪽에 고전 시가 세 편 실려 있는데, 그 중 한 편은, 옛날 김수현 드라마 '목용탕집 남자들'에서 늘 시를 읊곤하던 윤여정이 드물게 암송한 당시였다. 시인 이름을 몰랐는데 이제 보니 '이상은'이다. 역시... 하는 느낌!
여덟살 땐 거울을 몰래 들여다보고 눈썹을 길게 그렸었지요.
열 살 때는 나물 캐러 다니는 게 좋았어요.
연꽃 수 놓은 치마를 입고
열두 살 때 거문고를 배웠어요.
은갑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요.
열네 살 땐 부모 뒤에 숨곤 했어요.
남자들이 왠지 부끄러워서.
열 다섯 살 때 봄이 까닭 없이 슬펐어요.
그래서 그넷줄 잡은 채 얼굴 돌려 울었답니다.
소아에게 더 어울릴 시가 낙빈을 배경으로 했다는 건 좀 맘에 안 들지만, 거울 상자라던가, 입술 연지 그리는 붓과 손가락에 매단 붉은 리본, 또 꽃 달린 비녀 등과는 몹시 잘 어울린다. 작가의 현대물 작품도 보았지만, 아무래도 고전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그림체를 가진 듯하다. 현재로서는.^^
달빛인지 은하수인지, 아무튼 간에 참 곱다. 어둔 밤에 우산인지 일산인지 적당치 않지만, 고아한 분위기에는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붉은 색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색이 소아에게 참 잘 받는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뒷 표지 그림은 이 그림에서 왼쪽 부분의 소아가 차지했다.
배경에 유독 강하다란 느낌이 팍팍 왔던 그림이다. 황제국에 도착할 때 보여준 전경이다. 하늘 나라 선계의 느낌이 제대로 실렸다.
처음으로 '황제'의 진짜 얼굴이 등장했는데, 기대에 좀 못 미쳤다. 뭐랄까. 아주 빼어난 얼굴이던가, 아니면 차라리 악독하던가. 적당히 잘 생겼지만 하백이나 후예에 비하면 좀 모자라고, 좀 어중간하다. 서왕모의 포스에도 못 미치고 말이다.
하백은 낙빈과 처음 만났을 때의 덥수룩한 머리보다 소아를 밤에 만나는 '무이' 버전의 헤어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린다. 정돈된 느낌 원츄!
하백과 낙빈이 어떻게 만났는지, 후예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가 두루 소개된 이번 이야기. 정말 재수 없게도, 하백은 오해를 샀고, 그로 인해 원수가 졌다는 이야기인데 무슨 신이 이렇게 어리버리한가.ㅡ.ㅡ;;;;;
낮동안 어린 아이로 사는 저주를 받았을 때 지각 능력도 조금 떨어졌는지도...;;;;;;
아무튼, 후예가 두 맘을 품고 산다는 건 좀 슬펐다. 그리고 그에게 있는 출생의 비밀도 조오금 충격! 근데 대체 낙빈은 왜 반쪽짜리라고 했을까? 혹 아버지는 같은데 어머니만 인간???
어린아이 버전의 하백이다.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꽃이 꼭 '풍선' 같은 느낌이다.
용 구름 표정이 재밌다.
평소 하백이 짓고 있는 그 무표정함과 잘 어울린다.
기와같은 느낌이지만, 아래 쪽에 지붕이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구름 위에 떠 있는 게 맞을 테지?
외모와 달리 나이는 많은 하백이지만, 지금 이 어린애 버전은 몇 살 정도로 보이는 컨셉일까?
이번 이야기에선 낙빈과 하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후예의 비밀도 등장했고, 서왕모가 그래도 아들을 몹시 생각해 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만!)
근데 소아는 여주인공임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초반에 황제의 꾀에 속아서 납치된 장면만 나온다. 신들 사이에서 인간인 그녀가 버티기엔 힘도 포스도 많이 밀리지만 너무 유약해 보이는 건 좀 불만이다. 그녀만의 내세울 수 있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게 미모든, 마음씨든, 아님 '진심'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