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말로 '메마른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비. 동서로 2천 킬로미터. 남북으로 천 킬로미터. 전체 국토의 1/4 차지합니다.(오늘 EBS 방송에서 김연수씨 나래이션에 의하면 1/3이라고 하더군요. 뭐가 맞을까요^^;;; 제가 본 책에서는 1/4이긴 했지만요). 그 면적이 점점 확대되는 중이라고 하니까 1/3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고비는 사하라와 같은 모래 사막이 아닙니다(근데 사하라도 완전 모래 사막은 아니지 않나요? 그랬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풀과 나무,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의 고비. 혹이 두개인 쌍봉낙타는 이곳 고비가 고향이에요. 단봉낙타는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살지요. 혹이 두개라는 것은 그만큼 고비의 황무지/사막이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땅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영양분이 더 필요하단 얘기니까요. 무려 60일을 굶고도 사는 게 낙타라네요. 여름에 영양분을 비축해서 가을에 가장 혹이 높고, 겨울을 지나면 혹이 줄어들어 평평해진다고 합니다. 

드문드문 자라는 풀들이 양이나 염소 낙타들의 먹이원이 되어줍니다. 유목민들은 물이 적어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지역을 통칭해 고비라 불러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고비. 유목 생활을 할 만한 최소한의 풀들이 자라기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칭기스칸 시절엔 고비 안에 사는 유목민이 고비 바깥보다 많았다고 하네요.  아마도 환경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듯 싶네요.

아이들은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는 대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봅니다. 바위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은 황량함, 온통 그 뿐이지요. 이리저리 둘러보기를 한참. 마침내 바위산을 올라가는 한 무리의 동물 발견! 주변의 바위 색과 비슷해 눈에 띄지 않는 아르갈리 산양(아르갈)이었어요. 몽골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녀석들이지요. 뿔이 둥글게 자라는 아르갈리 산양.



녀석들의 둥글게 감기는 커다란 뿔을 가진 이유는 서로 뿔싸움을 할 때 둥근 부분이 부딪쳐서 치명상을 입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답니다. 이 뿔은 죽기 전까지 계속 자라요. 그래서 뿔의 주름을 세어 대략적인 나이를 추정하기도 하지요. 아이벡스 산양(양기리)도 보호색을 띠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존재를 알기 어렵습니다. 아르갈리 산양보다 덩치가 작고 다리도 짧은 편이에요(너도 숏다리냐!). 잘 발달된 발굽으로 아르갈리 산양보다 더 높고 험준한 지대에서 살아가지요.


보통 알을 하나만 낳는 독수리(타스). 알이 깨어나는데 50-60일이 걸립니다. 다른 조류에 비해서 오래 걸리는 편이네요.  대부분 암컷이 둥지를 지킵니다. 동작이 느려서 둔해 보이고 사체만 찾아먹는다 하여 몽골인들은 독수리들을 '바보 독수리'라 부른다네요. 독수리의 굴욕입니다. ^^;;;  녀석들이 늘 사체만 먹는 것은 아니에요. 새끼를 낳으면 드물지만 직접 사냥을 해서 먹이기도 하지요.

독수리는 몽골에 서식하는 맹금류 중 가장 큰 새라지요. 펼친 날개 길이가 최대 3미터. 몸무게도 10kg 가까이 되어요. 몸집 하나는 헤비급이군요.  죽은 동물을 먹어치우는 자연의 청소부 독수리. 초원이든 사막이든 유목민이 사는 곳엔 독수리도 함께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독수리들은 바위산의 절벽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요. 튼튼하고 커다란 둥지를 지을 만한 나무가 없기 때문이지요. 시야가 탁 트이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한 독수리 둥지. 녀석들은 매년 같은 둥지를 고수합니다. 오래 사용한 둥지는 사람이 올라가도 될 만큼 크고 튼튼해요. 우리나라의 철원으로 날아 들어오는 독수리들의 고향이 이곳 몽골이라고 하는군요.

바람이 만들어낸 땅 고비. 빙하기 이전에는 무성한 산림지대였지만 오랜 세월 깎이고 남은 것은 황량함 뿐이군요.

아이벡스 산양, 아르갈리 산양... 고비에서 녀석들의 천적은 늑대, 스라소니. 그리고 눈표범이에요.

아르갈리 산양의 사체가 촬영팀에게 포착! 갈비뼈까지 부숴먹은 흔적이 보이네요. 녀석들의 천적 중에서도 뼈까지 먹는 포식자는 늑대뿐.  하지만 아이벡스, 아르갈리 산양의 가장 큰 위협은 가축들과의 경쟁이라고 합니다. 녀석들이 사는 고지대까지 풀을 찾아 올라오는 가축들 때문에 살아가기 점점 힘들다고 해요. 어디서나 '경쟁'은 참 힘든 거지요^^;;; 

 고비에서는 허투루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가 없는 지형인지라 가축의 배설물을 연료로 써요. 소똥은 연기도 없고 화력도 강하지요. (낙타의 배설물도 마찬가지에요.)



고비의 아이들은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이 적게 살기 때문이지요. 형제 자매가 곧 친구에요. 그 다음엔 가축들이 친구. 조녁이 되어 가축들이 모두 돌아오면 아이들도 한몫 거듭니다. 낙오된 녀석이 없는지 다시 수를 세고 어린 새끼들은 부모들과 분리해서 우리에 넣지요.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저녁마다 지나가는 이 소란이 아이들에겐 익숙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손님에게 먼저 코담배를 권하는 몽골인들의 풍습. 손등에 묻혀 들이마시는데 양 조절을 잘못하면 너무 매워서 눈물 흘리기 일쑤지요. 저녁 메뉴는 랍샤. 고비에서는 낙타 고기를 끓여 랍샤를 만듭니다.

소박하지만 즐겁기만 한 저녁 식사. 그동안 야채를 거의 먹지 못한 유목민들은 촬영팀이가져간 김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반응도 좋았구요.

몽골인들은 술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손님이 오면 준비해둔 보드카나 전통술을 내옵니다. 손님 대접이 극진하기로 유명한 몽골인들. 그것은 이토록 황량하고 텅 빈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오는 사람에 대한 짙은 그리움의 표현일 테지요.

고비 지역은 몽골에서도 특히 비가 적은 지역이에요. 비가 올 듯 구름이 몰려와도 실제 비가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지요. 눈도 비도 안 오는데 집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더 힘들 거예요. 고비의 유목민들은 우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물 긷는 시간을 알고 기다린 듯 사람이 나타나자 우르르 나타나는 가축들.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고비에서 유일한 물 공급원인 우물은 생존의 절대 조건이지요.

여전히 겨울처럼 메마르고 척박한 4월의 고비. 하지만 가축들은 이 무렵 새끼를 낳아 기르기 시작합니다. 동물들이 봄에 새끼를 낳는 것은 나름의 지혜를 발휘한 거예요. 봄이 지나면서 기온이 서서히 오르고 먹잇감이 더 풍부해거든요. 겨울이 오기까지 충분히 자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지요.

5월. 고비에는 모래바람이  여전히 거셌습니다. 고비는 우리나라의 봄을 뒤덮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이기도 하지요ㅠ.ㅠ
모래바람은 유목민에게 더 큰 시련이에요. 차가운 바람에 실려온 모래는 대지를 뒤덮어 풀을 죽게 하고 모든 물길을 말려버려요. 사람도 가축도 모두 힘겨운 봄. 우리에게 봄은 패션이 바뀌고 새 각오 다지게 하는 생동감 있는 계절인데 몽골에선 너무나 다른 이미지군요.


고비의 가혹한 환경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강인하게 만듭니다. 6월과 8월 사이의 짧은 여름은 자연이 주는 축복이에요. 한낮이면 최고 40도까지 올라가는 고비의 여름은 밤이 되면 다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극단적인 기온을 자랑하지요.



여름 집터로 옮기고 게르를 세우는 가족. 게르는 운반이 간편하고 조립과 해체도 쉽습니다. 천정은 펼쳐진 우산 형태의 둥근 뼈대로 되어 있고 양털로 된 두겹의 펠트를 걸치고 끈을 이용해 단단히 묶으면 이사는 끝이에요. 책에 따라 설명이 다르긴 한데 어른 3,4명이 한시간 안에 짓고 해체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어떤 책은 3시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우리네 이사와는 판이하게 다르지요) 촬영팀이 본 가족은 한 시간 내에 집을 지었습니다. 이 여름집은 10월까지 살게 될 곳이에요.

게르의 출입문은 항상 태양이 있는 남쪽으로 냅니다. 가운데에는 반드시 난로가 있고요. 이 난로가 하늘과 자신들을 연결시켜준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신성시해요. 막내 상속제인 몽골에서는 막내 아들에게 이 난로를 물려주지요. 그리고 난로를 중심으로 남자의 영역과 여자의 영역을 좌우로 또 구분하구요.

척박한 돌산에도 꽃은 피는 법! 고비의 식물들은 서둘러 잎을 내고 꽃을 피웁니다. 여름이 너무도 짧기 때문이지요. 바위산에도 초록이 피어나는 여름. 아르갈리 산양도 열심히 먹이를 먹습니다. 먹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요. 다 자란 경우 몸무게가 200kg 에 달하는 대형 포유류 아르갈리 산양. 건조기후에 잘 적응한 녀석들은 특별히 물을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먹이에 포함된 소량의 수분만으로 생존이 가능한 것이지요. 아르갈리 산양은 보통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요. 새끼를 키우는 건 전적으로 암컷의 몫. 녀석들은 짝짓기를 할 때 외에는 암수가 분리되어 다닙니다.

9월, 고비 구르반사이항 국립 공원을 향해 촬영팀이 떠납니다. 몽골에서 인구 밀도 가장 낮은 지역이에요. 알타이 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곳으로 몽골에서 가장 외지고 단절된 지역이지요. 그중에서도 산세가 워낙 깊어 여름에도 얼음이 그대로 있다는 욜린암. 수염수리가 사는 계곡이란 뜻이에요. 넓게 펼쳐진 모래 언덕 홍고린 엘스.

폭 12km. 높이 200m. 길이는 180km에 이른다는 고비에서 가장 큰 모래 언덕. 바람에 날리는 모래 알갱이가 서로 부딪혀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이곳을 노래하는 언덕이라 부르지요. 저런 풍경은 멋진 풍경이 가득 담긴 달력 속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네요^^

구르반사이항은 바위산과 모래 언덕, 초원으로 이뤄진 독특한 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모래 언덕과 바위산 사이 초지대에는 드문드문 유목민들이 살고 있지요.



원래 이 지역은 야생 당나귀의 주서식지로 알려진 곳이에요.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의미의 고비.

그러나 뜻밖에도 다양한 식물들이 자랍니다. 부족한 물과 많은 초식동물들 때문에 더 강인해진 식물들은 대부분이 키가 작고 줄기는 나무처럼 단단해져서 염소나 양은 잘 못 뜯어요. 잎대신 가시를 내는 것도 고비에서의 생존 방식이지요.

몽골에서도 멸종 위기종이 되어버린 야생 당나귀. 말에 비해 덩치가 작지만 지구력이 좋고 건조에 강하지요(한 마디 더 보태야지요. 너도 숏다리! ^^;;;).  녀석들은 땅속에 흐르는 물을 잘 찾아내며 땅을 파서 물을 먹기도 합니다. 행동반경이 넓어 먹이를 찾아 중국까지 내려가기도 한다네요.(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자기 집 찾아온 진돗개가 유명하지만 몽골에선 중국에 보낸 말이 찾아온 일도 있다더군요. 세상에!)  

생의 의지를 시험하게 하는 땅 고비. 메마른 땅 고비에는 자연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포스와 함께요!

5부도 보았는데 5부는 촬영팀이 반 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엄살이 아니라 정말 고생 많이 했더라구요. 우리가 보는 다큐 한 편에는 무수한 땀이 어려 있겠지요. 다른 많은 것들도 물론 그렇겠지만, 낯선 환경에서 그야말로 '야생'을 체험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1박 2일에서 외치는 그 '야생'과는 너무 격이 다르달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81세의 사냥꾼 직지트 할아버지였는데, 촬영팀과 합류한 야생동물 연구가가 3년 전에 6개월 간 신세진 일이 있었어요. 다시 만나자 할아버지는 눈물까지 흘리며 반가워 하더라구요. 손주들을 위해서 유목생활을 접고 도시로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동안 할아버지는 몹시 답답해 하셨지요. 촬영팀은 그 할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그 지역에 다시 갑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한쪽 볼에만 뽀뽀를 해주었지요.




나머지 한쪽은 나중에 와서 다시 받으라는 말.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애틋해 하는 그 마음이 찐하게 전해졌어요. 그 척박한 환경에서 드물게 보는 사람이란 얼마나 반갑고 그리운 존재일까요. 우리는 너무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는지라 그 적막과 고요는 오래 상상을 해야 연상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우리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명절 마지막 연휴를 몽골 다큐와 함께 보냈네요. 김연수씨 기행까지 합하면 오늘 하루에 6편을 보았어요. ㄲ ㅑ ㅇ ㅏ!

내일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이평래 교수님 몽골 강의를 들으러 갑니다. 실은 강의 신청한 게 아니라서 청강하는 거예요^^;;; 설마 내쫓으려구요. 지난 주에도 무사히 듣고 왔는데요 뭘^^ㅎㅎㅎ 7주짜리 강의인데 수강생 연령대가 아주 높았어요. 교수님은 그게 불만이라고 하시더군요^^;;;

지난 해에 직장인을 위한 역사 강의를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들었는데 그때도 연령대는 꽤 높았지만, 이번 몽골 강의가 한 수 위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참 많았어요. 떠들지 않아서 나름 수업 분위기가 좋지만, 활기가 부족해서 수업에 재미가 덜한 게 확실히 흠이긴 합니다만, 청강생인 저로서는 투덜거릴 입장이 아니지요^^;;;

뒷수다가 길었습니다. 연휴는 끝나가지만, 그래도 날마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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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09-1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알차게 느껴지셨겠어요.^^전 자다 일어나서 시골 다녀오고 다녀와서 피곤해서 또 자고...
그런 날들이었답니다.ㅋㅋ며느리지만 뭐 저희집은 일이 없기 때문에 한가했어요.
왔다갔다 차 조금 밀려주고..그랬죠.^^
한쪽에만 뽀뽀해주고 나중에 와서 다른 쪽도 받으라는 말이 인상 깊네요.
몽골인들에겐 뭔가...우리와 다른 구조가 있는거 같아요.^^
깊이감...삶에 대한 그런게 있네요.^^

마노아 2008-09-16 11:05   좋아요 0 | URL
집에서 콕 박혀서 음식 조금 하고 조카들하고 놀아주고 그리고 다큐보고요, 그런 연휴였어요^^
몽골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뭔가 굉장히 치열한 느낌이 들어요.
우리도 대단히 바쁘게 아등바등 살고 있긴 하지만 자연과 동떨어진 듯 살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자연에 기대어, 의지해서, 또 수긍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좀 숙연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