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는 러시아에, 그리고 남쪽으로는 중국에 둘러싸인 내륙 국가 몽골. 그 몽골에도 바다가 있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 바이칼 호에서 약 200여 km 떨어진 흡스굴이 그것이지요. 아직은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호. 흡스굴은 원시의 자연과 유목민의 삶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어줍니다.



겨울에 볼만하다고 소문이 났지만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네요. 사실은 호수이지만 바다로 착각할 정도의 크기이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 양쯔강을 보면 바다로 착각하는 것처럼...

4월의 몽골은 눈이 녹으면서 없던 물길이 생기기도 합니다.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야 하는 것이 몽골의 길이라지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흡스굴까지 서북쪽으로 약 800km. 꼬박 3일을 달려가면 흡스굴의 입구인 무릉 아이막에 도착합니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청 소재지와 같은 개념으로 무릉 아이막은 흡스굴이 있는 지역의 중심 도시다. 4만 명 가량이 살아가는 몽골에서는 비교적 큰 도시인 무릉. 과거와 현대의 삶이 어색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람과 먼지의 도시. 무릉에서 흡스굴까지는 100여 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북쪽으로 갈수록 자주 눈에 띄는 야크. 추위에 강한 녀석들은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에서 키우는 가축. 5월이 다가오지만 흡스굴로 가는 길은 아직 겨울. 모든 것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흡스굴. 6월이 돼서야 녹기 시작한다. 좁고 긴 모양의 흡스굴. 동서로 39km 남북으로 137km. 제주도 면적의 1.5배(정말 크네요!)



몽골인들은 물고기를 즐겨 먹지 않습니다. 라마 불교의 영향이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물을 꺼려하는 습성이 있더라구요.  흡스굴에선 6월부터 물고기를 잡는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낚시로는 보이지 않고 그 지역 주민들의 생계수단이지 싶어요. 흡스굴 호수 동쪽엔 해발 3천 미터에 달하는 높은 산이 자리하고 있어요. 90년대 초반까지는 눈표범이 살았다는 험준한 곳이지요.

흡스굴 호수는 시베리아와 연결되는 타이가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짧은 여름을 제외하면 숲은 항상 겨울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요.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차탄족이 이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들 차탄족에게 순록은 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젖과 고기를 주는 고마운 순록.  그런데 이들 차탄족이 관광객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참 딜레마에요. 녹록치 못한 생활에 여유를 주기 위해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마다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접하면 접할수록 마치 청정지역이 오염되듯이 자신들의 것을 내어주게 되니 말입니다.

흡스굴 주위에는 바위산이 많습니다. 흡스굴의 서쪽엔 낮은 구릉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고 해발 1600m 일대에 자리잡은 고산 습지대가 주변에 있지요. 흡스굴의 초지대에는 땅다람쥐와 같은 초식 동물들이 많습니다. 겨울 잠을 자지 않는 생토끼는 지난 여름에 모아둔 풀을 아껴 먹으며 힘겨운 겨울을 보냈을 것입니다. 우는 토끼로도 불리는 생토끼는 백두산 부근에서도 일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마못(타르박)도 막 겨울 잠에서 깨어납니다. 대형 설치류. 덩치에 맞게 먹성도 좋아 먹이 찾느라 분주해요.  



봄볕을 만끽하는 타르박. 몸집이 크고 행동이 둔한 녀석은 늑대나 검독수리 등의 천적들에게 많이 잡아 먹힙니다(애도를..ㅜ.ㅜ). 타르박은 굴파기의 명수라지요. 몸을 숨기기에 적당치 않은 초원에서 땅 속으로 숨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거예요.


초원의 대표적인 맹금류인 초원수리는 날개를 펼치면 2m가 훨씬 넘는 대형 조류입니다.(캡쳐를 미처 못했네요..;;;). 산토끼와 같은 작은 설치류등을 사냥하면서 살아갑니다. 흡스굴 지역에는 초원수리를 비롯한 맹금류가 많습니다. 먹이가 되는 설치류가 많기 때문이지요.

흡스굴은 북쪽으로 시베리아와 연결되어 있어 무척 추운 지역이에요. 4월 중순이지만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흡스굴의 새벽. 기온이 너무 낮아 차의 시동이 안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한낮이라니.... 호수는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녹기 시작합니다. 솔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보기 힘들어졌지만 몽골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맹금류에요. 흡스굴은 큰고니의 번식지이기도 합니다.

흡스굴 일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에요. 긴 겨울이 혹독하기 때문이지요. 엄청나게 쏟아지는 눈과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날씨라니... 어휴, 너무 가혹하지요. 

한 해에 4회에서 10여 차례까지 이사를 가는 몽골의 유목민들. 봄이 되면 여름을 보낼 곳을 찾아 떠나고 가을에는 또 겨울을 보낼 곳을 찾아 떠나지요. 초원을 찾아 떠나는 게 유목민들의 숙명이랄까요.



6월의 흡스굴은 전혀 새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얼음은 모두 녹아 맑은 물로 흐르고 호수도 하늘도 산도 모두가 생기 넘치는 푸른 빛으로 물들었지요. 짧은 여름의 축복이 찾아온 것.

6월의 흡스굴은 야생화가 지척입니다. 여름이 되면 숲속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물가로 나와 가축을 키우지요. 겨우내 숲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과 가축에게 여름의 호숫가는 더 없는 풍요를 안겨주는 고마운 곳이에요.  덥지 않고 시원하고, 또 해충도 많이 없어서 가축도 잘 먹고 잘 자란답니다.

독수리 무리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죽음의 흔적이 있습니다. 독수리(타스).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순식간에 뼈만 남아버린 말의 주검. 이렇게 여름에 죽는 가축들은 대개 늑대에게 당한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게다가 늑대 녀석들은 뼈째 삼킨답니다. 배설물에 뼈가 그대로 나오긴 하지만요. (성질도 급하고 턱뼈도 강한 듯해요.)


흡스굴 일대는 타이가 숲이 촤르륵 펼쳐져 있습니다. 볕이 많이 들지 않아 음산한 기운까지 느껴지지요. 때문에 풀이 많이 자라지는 않아요. 동물들의 흔적도 찾기 어려운 여름의 숲. 흡스굴의 여름은 낮이 깁니다.



밤 11시는 되어야 해가 져요. 새벽 4시에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말이지요. 촬영팀들은 근로기준법을 넘어서서 일했다고 아우성이었어요.(5부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아마도 위도가 높은 탓에 그런 게 아닐까요?  일종의 백야 현상 비슷한 걸까요? (허면 겨울에는 밤이 무지 긴 것???).

아무튼, 6월 말이지만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워야 할 정도로 추워집니다.

여름이 되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흡스굴의 서쪽에는 더 많은 습지가 생겨납니다.  땅다람쥐(조름)들은 지천으로 만발한 꽃을 별미로 삼는다. 그 중 하얀 꽃만 골라 먹습니다. 보라빛 꽃(이름을 까먹었어요..;;;)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그게 동물들에게는 독이래요. 취하게 만든다고 하더군요. 녀석들이 하얀 꽃을 따 먹는 장면은 굉장히 귀여웠어요. ^^ (캡쳐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없군요..;;;;)

흡스굴 호수의 밑바닥. 물고기 찾아보기 힘들어요. 촬영팀이 수중까지 들어갔지만 너무 추워서 혼즐이 난 채 돌아옵니다. 물고기는 구경도 못한 채로요. 몽골의 초원과 사막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물속은 고요하기만 했지요. 너무 춥고 물고기는 안 보이고...

바다 속 상태지만 많은 수풀이 있었어요. 얼음물보다 차갑다고 카메라 감독은 온몸을 떠네요.  흡스굴의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너무 차가워서 보다 따뜻한 지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바다가 없는 몽골인들은 흡스굴을 어머니의 바다로 부르며 신성하게 여겨요. 바이칼 호와 마찬가지로 지하수가 올라와 형성된 흡스굴은 실제 바다처럼 끝없이 넓고 깊지요. 깊은 곳은 260여m에 이른다니 어휴.... 이곳의 물은 바이칼 호로 흘러들어 갑니다.

흡스굴 호수 동쪽은 해발 3천 미터의 고산지대. 이 산악지대 너머는 차강노르 지역. 하얀 호수라는 뜻의 차강노르는 작은 연못들이 많은 습지대입니다. 그러고 보니 몽골인들이 흰색을 신성시 한다고 하던데 '차강'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네요. 음력 정월을 차강사르라고 해서 최고의 명절로 치는데 그때도 차강이 나오지요. 1부에서 나온 차강제르도 그렇구요.

8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 EBS에서 다큐 방송을 하는데 이번 주는 작가 김연수가 다녀온 몽골 편이에요. 저는 만세를 불렀지요.

오늘은 고비 사막을 다녀왔던데 내일은 흡스굴 편이 방송한답니다. 내일도 닥본사를 해야겠습니다. 어머니 바다 흡스굴이 나를 기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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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기행 중 흡수글이 제일 가고 싶었어요.

마노아 2008-09-17 17:05   좋아요 0 | URL
어머니 바다라니, 어쩐지 성스러운 느낌일 것 같아요. 영상으로 보면 진짜 투명하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