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So Good 9
이시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9권 완결이 원래 계획이었다지만, 아쉬운 감이 있어 내용을 좀 더 보충해서 10권 완결을 예정으로 둔, 그러니까 마지막 권 전 이야기이다.

처음 이 작품을 한꺼번에 6권까지 읽었는데 그후 거의 7년 세월이 방치되었고, 착실하게 뒷권이 나와서 완결편을 목전에 두었다고 생각하니 참 야릇하다. 십년 걸려 완성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있고, 12년 걸려 완결을 본 불의 검이 있었고, 또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완결을 목전에 둔 바람의 나라가 있음에도 말이다. '대모들'이라 불리는 그분들은 의식 속에서 좀 다른 영역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예상했던 것보다 착실한 10권 짜리로 작품은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야기 축은 두개다. 유진은 시은이를 사도들로부터 보호한 채 사라져 버렸고, 시문이는 방송 종영에 잡혀 있는 키스씬을 앞두고 진짜 첫키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기 위해서 애쓴다는 이야기.

이렇게 잘난 연예인 부자가 나오고, 이렇게 똑부러지고 야무진 딸래미 얘기나, 엽기적인 가족을 갖고 있는 유치애 가족과 또 저승사자의 임무를 맡고 있는 사도 유진의 이야기. 모두 다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상상력의 압축을 보여주는 설정들인데, 이상하게도 난 거짓말같지 않고 진짜 어디에선가 이런 얘기가 꼭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유진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저승사자가 아닐까? 하고 말해버리는 치애의 그 순진한 눈망울에 가식이 없다는 일방적인 믿음 말이다.

사실 아주아주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연예계 생활 십수년 동안 진짜 키스 한 번도 안 해본 부끄럼쟁이 배우도 있지 말란 법은 없는 거니까. 자신의 첫키스에 대한 유치애의 고백은, 아... 정말이지 유치애스러웠다.  그러니까 제 아버지는 외계인이 분명하다고 믿지만 자기는 토종지구인이라고 믿는 유치애다운 에피소드!

작가 이시영을 꽤 좋아하는 나이지만, 때로 아쉬운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부러워하고 또 좋아하고 아끼는 항목은 '상상력'과 '감동'인데, 작가 이시영은 '상상력'에서 200%를 발휘하지만, 아직까진 감동 면에서 충만하질 않다. 너무 예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한 주인공들에게서 애틋함을 넘어선 절절함과 절박함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이야기도 보고 싶은 것이다.  화려하고 현란하고 또 신기할 정도의 미적 감각을 읽겠는데 거기에 사람 냄새가 더 났으면 하는 나의 바람.

그리고 남자의 인체에 대한 좀 더 부드러운 묘사를 요구한다. 근육들이 부드럽지 못하고 너무 각져 있어서 마리오네트를 보는 느낌이다. 강렬한 얼굴 묘사에 비해서 인체 묘사가 좀 부실하다. 그렇다고 근육질 남자를 묘사해 달라는 건 아니고, 좀 더 자연스러운 그림 스타일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문득, 지난 이야기에서 삽입되었던 산울림의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너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 하던 수많은 많은 말들 ....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속에서도 일어서야만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네가 기쁠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떈 방해 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픈땐 나를 찾아와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줄께
니가 친구와 같이 있을 떄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께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께

많은 위로가 필요한 어느 분께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본다. 다른 건 못해도, 같이 울어줄 수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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