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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3(완결)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아, 흐뭇하다. 이 늦은 시간에 잠도 못 자고 깨어 있지만, 작품을 끝까지 다 볼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이렇게 완소 작가를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모든 전말이 밝혀진다. 도대체 범인은 왜 이런 일을 꾸몄는지, 그가 그토록 되돌리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다 알려졌다.
결국엔 시간인 것이다. 그들 모두가 돌이키고 보상 받고 싶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되돌릴 수만 있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은 박자기 선생에게서 해결의 열쇠가 있었다. 결국 그것은 거대한 영기 때문도 아니고,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마음, 외로운 이에게 손 내밀어 주었던 그 온기, 진심을 받아들이고 진실을 찾고자 했던 그 자세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민혁은 우리가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을 했지만, 결국엔 만나질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그러했다. 누구 하나 허투루 지나간 인연이 없었다. 모두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 결국엔 만나질, 결국엔 맺어질 관계들이었다.
저승사자의 외롭고 고단한 업무에 대한 강풀식 해석이 신선하고 반갑다. 앞날을 내다본다는 것, 참으로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우린 앞날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을 불안해 하지만, 기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현실은 더 무섭고 처참해질 것이다. 평온한 미래를 내다보고 안이해지지 않을 자신이, 참혹한 미래를 내다보고서 불안해하지 않을 자신이 우리에게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뿐. 현실의 딜레마가 커서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렇기에 희망의 텃밭은 절망이라고 하지 않던가. (바람구두님 서재에서 본 뜨거운 말!)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면 이들 시간 능력자들이 마치 지구를 구할 비극적인 전사 엑스멘 같은 느낌이지만, 마음이 무겁지 않은 결말이어서 기쁘다. 아파트는 보고나서 후유증이 꽤 컸는데 이 책은 보다 가벼울 듯하다.
운명보다 인연의 힘을 믿기. 그 연에 종속되기 보다 적극적으로 맺어가기. 우리네 삶을 위한 우리네 노력의 방향이지 싶다.
이 여름에 참 좋은 독서였다. 강풀 작가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