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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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연하다. 사랑이 없어도 사람은 먹고 살 수 있다. 제목만 보면 다른 방향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사랑 없는 결혼이라든가,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어느 미식가의 맛집 기행이 목표라고 보면 되겠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에서도 익히 그 분위기를 자아내긴 했지만,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맛집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훌륭한 식당에서 멋드러진 요리를 시키고 그 맛을 한껏 음미하면서 즐길 때의 그 표정과 대사들이란,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한잔에 펼쳐지는 그 찬사의 파노라마와 비슷하다고 할까. 물론, 그 정도로 오버는 아니지만.^^

음식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맛과 멋에 집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자신의 2년 후배인 동거인은 어시스턴트로는 재능 잼병이고 성격 까탈스럽고 프리터로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면모를 지녔다. 자신은 이럴 때 자유롭기 위해서 지금까지 빈손으로 살아온 것이라고 항변할 때는 솔직히 멋지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나로서는 기왕에 맛있는 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좋은 거지만, 꼭 거기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는 살아보지 못했다. 그냥 배고프면 배를 채울 수 있는 무엇이라도 족했고, 음식보다는 나와 함게 먹는 사람, 그 사람과 나누는 시간과 이야기가 더 중요했다. 그래도 때로는 기왕에 더 좋은 자리에서 좀 더 맛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일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 왔다.  작품이 일본 책인 관계로 일본 맛집만 잔뜩 소개를 받아서(게다가 내 취향이 아닌 음식이 대부분..;;;) 국내에서 적용은 못하겠지만, 눈요기는 제대로 한 셈이다. 게이들의 사랑 얘기로 밥 먹고 살았다고, 진짜 게이 친구에게 사과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이런 모습이 가능한 사회가 일본이지...라는 중얼거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시가 지배하는 일본인데도 훨씬 더 획일적이라는 느낌.

뭐, 우리에겐 식객이 있으니까.(이 뜬금 없는 결말이라니!) 그러고 보니 밀린 식객을 봐야 하는데 늘 잊어버린다. 식객은 한권의 만화책이라 생각하기엔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므로 일반 책 단행본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손이 쉽게 안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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