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절판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10쪽

미안하네, 나방이여
난 너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불을 끄는 수밖에

이싸-11쪽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13쪽

한밤중에 잠이 깨니
물항아리
얼면서 금 가는 소리

바쇼-18쪽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19쪽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료칸-30쪽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소세키
정치인의 초대를 받고 답장으로 쓴 시-31쪽

꺽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나오조-34쪽

이 땅에 묻으면
내 아이도
꽃으로 피어날까?

오니츠라
아들이 죽고 나서 쓴 시-40쪽

장마가 시작되자
이름 없는 시냇물들도
잔뜩 긴장했다

부손-43쪽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밧줄에도 걸리지 않는
물 속의 달

부손-58쪽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62쪽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들지 않으면
더욱 춥다

시코-77쪽

두견새야,
나머지 노래는
저세상에서 들려다오

무명씨
감옥에서 사형을 당하기 전에 쓴 시-93쪽

달구경 하는 사람들에게
구름이 잠시
쉴 틈을 주네

바쇼-96쪽

우리 두 사람의 생애,
그 사이에
벚꽃의 생애가 있다

바쇼-98쪽

재주가 없으니
죄 지은 것 또한 없다
어느 겨울날

이싸-112쪽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시메이-115쪽

여름옷으로
거지는
하늘과 땅을 입었다

기가쿠-116쪽

새벽에 핀 이 꽃들
나는 내가 보려고 했던 것보다 더 많이
신의 얼굴을 보았다

바쇼-124쪽

달이 동쪽으로 옮겨가자
꽃 그림자
서쪽으로 기어가네

부손-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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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안 올리니까 마노아님이 올렸군요.
전에 하이쿠 동화 '시인과 여우'에 쓴 민경이 글을 보고 이거 궁금하다고 했었는데~~ ^^

마노아 2008-08-10 22:43   좋아요 0 | URL
그게 벌써 일년 전이더라구요! 아,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네요.
제목이 내내 마음에 남았나봐요. 모든 시 중에 책 제목이 가장 맘에 드는 거 있죠. ^^

순오기 2008-08-12 00:58   좋아요 0 | URL
아~ 하이쿠의 멋과 매력이 잘 표현된, 정말 제목과 딱 어울리지요.^^

마노아 2008-08-13 17:2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시인 자신의 이름도 참 멋져요. 류시화가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