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뷔오네 Evyione 3
김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속 표지 컬러 그림이다. 밑그림의 잔선이 남아있는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쁘지 않다.



2편에서 물에 빠진 에뷔오네 공주를 멋지게 들어올리며 작품이 끝이 났는데, 그 바람에 공주는 가벼운 감기에 걸리고 인어왕 야신은 궁에서 쫓겨날 위기에 빠진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궁에서 쫓겨났어도 왕궁 밖으로 추방된 것은 아닌지라 나름대로의 살 길은 알아서 모색하는 우리의 매력남 야신이었다. 물론, 지극히 냉정한 얼굴로 정에 약한 불쌍한 조연 오웨인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태생이 바다고 명색이 바다의 왕 출신인지라 물만 보면 사죽을 못 쓰는 것은 알지만, 우리의 주인공, 너무 자주 벗어주신다. 물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관능을 자꾸 보여주시니 만나는 여자들마다 이 남자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뭐, 오늘 놈놈놈에서 정우성의 나이스 바디 실루엣을 보고 나니 그 심정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천성이 밝고 명랑한 에뷔오네 공주는 사실상 부왕의 미움을 한몸에(사랑이 아니라 미움을!) 받고 있고, 어려서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사실은 몹시 위태위태로운 나날을 보내왔었다. 바다의 왕이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아직 어릴 때 바닷가에서 홀로 울고 있을 때였고, 아마도 그때는 어머니 왕비 전하가 돌아가셨을 때라고 짐작된다. 그러니까 그가 느낀 것은 일종의 연민?

본인은 아닌 척하고 또 모르는 듯 하지만, 사실 에뷔오네 공주는 몹시 외로움을 타고 있다. 근위병들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군주이니 그들을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 이 부분은 사실 꽤 귀엽고 예쁜 장면이었다. 네가 나를 섬기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내가 너를 끌어안고 지켜줘야 할 사람이라는 각오 말이다.

작품 속에서 근위병 하나가 '근위병'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분이 꽤 코믹했다. 그러니까 전쟁에 동원되는 군인도 아니고 치안에 도움이 되는 애들도 아니고, 그저 귀족 자제들이 높은 봉급 받고 그럴싸하게 의식만 차리는... 한마디로 과시용 제복을 입은 인형들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이 근위대를 뛰어나와 위병대로 가는 이유도 그 까닭이었다.

빨리 자식을 낳아서 왕과의 동침을 피하고 싶은 새왕비의 몸부림은 딱할 정도다. 과연 에뷔오네는 현왕의 딸이 확실한 걸까? 혹 친딸이 아니어서 그렇게 미워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이 간다. 암튼, 나름대로 함정을 파놨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줄 야신이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오히려 그 바람에 야신이 에뷔오네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밥상을 대신 차려준 셈이 되었다.

영문판이 제작되어 해외에서도 책이 나오나 본데, 인어공주 이야기를 이렇게 각색하여 새롭게 펴나가니 아마도 그쪽에서도 꽤 신기하고 재밌게 읽을 듯하다. 그래도, 아직까진 이야기의 진행도 느리고 다소 불안불안한 느낌이다. 뭐랄까, 예쁘긴 한데 예쁜 게 다인... 그런 느낌?

에뷔오네의 드레스와 가발, 그 밖에 다른 미쟝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톡톡하지만, 그게 주된 목적은 아니니 말이다.



사진을 엉망으로 찍은 건 좀 미안하지만...;;; 확실히 작가 분이 로코코 시대의 의상 그리는 것에 남다른 기쁨을 느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귀찮은 게 아니라 즐겁게 무늬를 새기고 주름을 잡았을 것 같다. ^^

앞 이야기에서 청나라 시대를 명나라로 표기한 것에 걸렸는데 작가도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나 보다. 몇몇 실수에 대해 후기에 이실직고 하였다. 어쩐지 귀여웠다. ^^(죄송!)

다음 이야기에서 야신이 무사히 근위병이 될 수 있으려나? 걸음마를 제대로 익히고 나니 다른 운동 발달 신경은 뛰어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총쏘기도 잘하고(애석하게도 활쏘는 장면은 없다!) 달리기도 야생마처럼 잘한다. 말타기도 아마 잘 하겠지? 나오진 않았지만. 아무튼, 다른 건 몰라도 제복 입은 그의 실루엣을 상상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아마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테니까.  그나저나 주인공 공주님보다 훨씬 섹시한 바다마녀의 외사랑은 오늘도 이어지니... 그녀도 꽤 불쌍한 캐릭터다.

덧) 알라딘 표지 그림은 시커먼 느낌이지만 실제로는청색에 가까운 보라색이다. 아마도 바닷빛의 표현이 아닐까? 아름다운 칼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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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이프 2008-07-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 관계의 끈적끈적함. 달큰한 땀내. 정신적면과 육체적인 연동에서 오는 파장.

지혜안이라는 여성작가가 있었는데 한국 순정만화의 한계에 몰려 한국에서는 더이상 작품 활동을 안하는걸로 알고 있어요. 혹자는 "야하기만"한 만화라고 혹평을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 순정계에 이단아와 같았던 그녀가 사라지니 정말 순정을 좋아하지만 어느새 연식이 꽤 높아진 독자들은 점점 한국만화와는 멀어지는 기분이네요.

그나마 이런쪽으로 기대해봄직한 작가로 전 김영희를 꼽거든요.
언제 한번 팍 터트릴 에로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노아 2008-07-20 13:11   좋아요 0 | URL
언제인가부터 확실히 지혜안 작가를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안타까운 인재 소실이에요.
에뷔오네를 보면서 놀란 것은, 이제 가슴 노출 정도는 무난하게 봐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고, 청소년 잡지에서도 성애에 관한 은유도 가능해졌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좀 답답한 느낌은 들어요. 작가도 이럴 때는 성인잡지에서 제대로 연재하고픈 유혹이 들것 같아요. 그치만 우리나라 잡지 현황을 볼 때 오히려 세게 나가면 더 금세 고꾸라지더라구요. 작품 속 대사중에 '형언할 수 없는 관능'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 문장에 딱 맞는 느낌을 제대로 주었어요.
확실히, 독자들의 눈높이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데, 또 창작자 역시 더 보여주고픈 욕심이 있을 텐데, 그걸 맞출 시장/환경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에요. ^^;;;

아키타이프 2008-07-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어느새 3권이... 챙겨볼게 너무 많아졌다는...

마노아 2008-07-20 13:12   좋아요 0 | URL
만화책 사 모으는 것도 가계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답니다..;;;;

BRINY 2008-07-2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느새 3권이?

마노아 2008-07-23 21:13   좋아요 0 | URL
소식이 늦었군요! 관능의 바다로 어여 풍덩 빠지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