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나한테 토끼 같은 아들딸이 하나씩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뛰어 들어오면서 묻기를, 산토끼는 알밤을 어디에 담아서 오냐고 하는 거야. 별안간 무슨 말인지 싶어 자초지종을 물어보니까 그 귀여운 입으로 종알종알 산토끼 동요를 부르더라구. 난 아차 싶었지! 명색이 수의사인데 깜박하고 지나칠 뻔했구나! 무슨 얘기냐 하면~
산토끼 노래를 불러봐.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중략) 산 고개고개를 나 홀로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어서 올 테야.”라고 하잖아. 이 노래에서, 토끼가 어떻게 밤톨을 주워 올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 가더라구. 다람쥐나 청설모 그리고 원숭이라면 입안에 먹이주머니(협낭)가 있어 얼마든지 넣어 올 테지만 토끼는 그것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 그렇다고 캥거루처럼 새끼주머니(육아낭)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것참!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요 중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 또 있어.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상식적으로 그 토끼는 분명히 산토끼일 텐데, 산토끼라면 보통 야행성 동물로 분류해. 그러면 혹시 세상을 거꾸로 사는 특별한 얼리버드형 혹은 주행성인 신종 산토끼라도 발견하였을까?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 싶지만, 같이 한번 생각해보면 의외로 이런 동요가 많더라니까. 우리들이 설날만 되면 부르는 노래도 그래.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노래 알지? 그런데 왜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몇 가지 설이 있더군. 어느 역사학자는 신라 소지왕 때 까치가 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어느 국어학자는 옛날에 까치설이라는 말이 작은 설을 가리켰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도 속 시원치 않단 말이야. 혹시 까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보다 일찍 설빔으로 갈아입는 것(깃갈이)을 보고 그런 가사를 지어내지 않았는지.
어릴 적 술래잡기를 하며 불렀던 동요 기억나? 술래가 된 한 친구가 담에 기대앉으면 다른 친구들은 주위에 둘러서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죽었니, 살았니?”를 부르잖아. 그러다가 술래가 살았다고 외치면서 아이들을 잡고, 또 그 아이가 술래가 되는 놀이 말이야. 그럼 왜 여우의 밥상에 하필 개구리가 등장할까? 사실 여우는 잡식동물이라 개구리를 비롯해서 쥐나 꿩을 잡아먹지만 유독 개구리를 좋아하진 않거든. 일본에서 유래한 놀잇말이라고 하는데 그럼 일본 여우는 특별히 개구리를 잘 먹나? 정말 알쏭달쏭해.
개구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라는 노래 들어 봤지? 그런데 개구리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지도 않고, 또 수컷 개구리만 운다는데, 웬 며느리까지 울고 난리법석을 피울까? 정말이라면 진짜 해외토픽감인데.
아이들과 즐겁게 부르던 동요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진 않지만 문학은 과학을 뛰어넘어 그 자체로서도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좋겠지만… 음, 헷갈린다 헷갈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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