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아란타로 가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설 흔 지음 / 생각과느낌 / 2008년 6월
구판절판


이언진은 역관이었습니다. 역관은 역관이어야 했습니다. 역관이 시인을 꿈꾸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조선에서는 오직 양반만이 시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조선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왜인들은 달랐습니다. 왜인들에게 이언진은 시인이었습니다. 누에가 실을 뽑듯 자리 잡고 앉기만 하면 아름답고 힘 있는 시들을 저절로 만들어 내는 타고난 시인이었습니다. 일본에 있었을 때 이언진은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시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에 돌아온 뒤 이언진은 불행했습니다. 자신이 쓴 시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너무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202쪽

일본에서 이름을 얻고 돌아왔지만 시를 말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박지원이 내린 야박한 평가 탓이었습니다. 시를 알아볼 수 있는 감식안이 없는 사람들이 기대는 것은 유명 인사의 말 한 마디였습니다. -203쪽

"일본으로 가자고요, 문을 부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을 향해 가는 겁니다. 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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