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진은 역관이었습니다. 역관은 역관이어야 했습니다. 역관이 시인을 꿈꾸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조선에서는 오직 양반만이 시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조선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왜인들은 달랐습니다. 왜인들에게 이언진은 시인이었습니다. 누에가 실을 뽑듯 자리 잡고 앉기만 하면 아름답고 힘 있는 시들을 저절로 만들어 내는 타고난 시인이었습니다. 일본에 있었을 때 이언진은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시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에 돌아온 뒤 이언진은 불행했습니다. 자신이 쓴 시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너무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