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인어공주, 내 얘기 좀 들어볼래? [제 768 호/2008-06-06]


나야 나, 인어공주. 왕자와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해서 물거품이 되어 버린 슬픈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지. 안데르센 아저씨가 나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써주는 바람에 모두들 나를 가냘픈 청순가련형 이미지로 알고 있을 거야. 나처럼 바다 속 공주생활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더라. 사실 내 미모를 유지하면서 바다 생활을 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줄게.

먼저 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피부를 가졌어.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 목욕탕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바닥이 쪼글쪼글 해 진 경험이 누구나 있을 텐데, 나도 그래. 손바닥이랑 발바닥 피부 세포 중에서도 특히 각질부가 물을 많이 흡수해서 그렇게 된다더라. 난 손바닥뿐만 아니고 허리 아래로 물고기 몸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쪼글쪼글해져. 상상이 안 돼지? 공주 피부는 매끄러울 것만 같은데 말이야. 이건 과학적으로 농도가 낮은 쪽의 물이 농도가 높은 쪽으로 옮아가는 삼투현상 때문이래. 농도가 낮은 쪽 목욕탕 물이 농도가 높은 쪽 사람 피부세포 속으로 들어와서 피부 넓이가 늘어나니까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지는 거지.

나도 쪼글쪼글해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좀 상황이 달라. 난 바다에 사니까 목욕탕 맹물이랑 반대 현상이 나타난단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듯이 내 피부가 소금에 절인 것처럼 되는 거야. 맹물에 담가서 부피가 늘어나 쪼글쪼글해지는 게 아니라 소금에 절어 물이 빠져 나와서 피부가 쪼글쪼글해져. 물속에서 생활하다보니 피부가 탄력이 없어서 왕자님을 만나러 갈 때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피부보다 더 힘든 게 있어. 이것도 삼투현상 때문이야. 민물에 사는 물고기와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가 몸 안에 물 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거 알고 있니? 민물에 사는 물고기는 앞에서 말한 삼투현상 때문에 몸 안의 체액 농도가 물보다 진해서 몸 안으로 물이 자꾸 들어오게 되잖아. 그래서 몸 안의 수분 농도를 일정하게 하려고 아가미에서 소금 성분을 자꾸 몸 안으로 받아들여. 몸 안에 물이 많아지니까 묽은 오줌을 계속 몸 밖으로 내 보내야 된대. 민물에 사는 내 친구 물고기가 그러더라.

반대로 나처럼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가만히 있으면 몸 안의 물이 밖으로 자꾸 빠져 나가서 몸 안에 물이 부족하게 돼. 그래서 바닷물고기의 아가미에서는 소금 성분을 몸 밖으로 내 보내고 오줌도 아주 진한 오줌으로 조금만 내 보내는 거지. 명색이 공주가 오줌 얘기하니까 민망하지만 바다생활하려면 어쩔 수 없더라. 물고기들은 오줌을 만드는 기관이 아주 단순한데, 다행히 난 하체가 물고기니까 그건 편해.

한 가지 더! 잠수병이라고 들어 봤지? 깊은 물속에서 잠수를 하던 잠수부들이 급하게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면 몸이 마비가 되거나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병 말이야. 잘 모르겠다구? 그럼 좀 더 설명해 줄게. 우리 몸속에는 상당량의 질소가 들어있어. 그런데 보통 때는 미세한 기체 상태로 있던 질소가 낮은 기압의 깊은 물속에 들어가게 되면 혈액 속에 녹아 들어가게 되지. 그런데 깊은 물속에서 빨리 올라오게 되면 기압이 높아져 몸 속 질소는 다시 기체로 변하게 돼. 이때 발생된 질소 가스가 우리 혈관을 막게 되면 막히는 부분이 마비가 되거나 죽을 수 있어. 그래서 깊은 물속에 들어간 잠수부들은 매우 천천히 올라오면서 호흡을 통해 발생된 질소를 내뱉어야 한단다.

난 괜찮아. 깊이 가라앉았을 때 수압으로 인해 폐가 수축되면서 내부의 공기를 밀어내면 질소가 혈액 속으로 녹아들지 못하거든. 게다가 나에겐 몸속에 산소가 잘 달라붙게 해주는 미오글로빈 단백질이 있어. 부럽지? 미오글로빈이 뭔지 모른다구? 과학향기를 꼼꼼히 보지 않았구나. 미오글로빈이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 해서 읽어 보렴.

미오글로빈은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잘 결합하고, 결합한 산소와 잘 떨어지지도 않아. 그래서 기압이 낮아져 질소들이 혈관 속에 들어오려고 해도 미오글로빈이 질소를 받아들이지 않게 해. 홍수 때문에 강물이 범람해서 지하실이 침수 되려고 할 때 만약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범람한 물이 지하실 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돼. 나처럼 깊은 물속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고래도 근육에 미오글로빈이 아주 풍부하단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들한테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천천히 올라가라고 당부하셔. 미오글로빈이 많은 산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급격한 기압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무리가 될 수 있거든.

으아! 이러고 보니 바다생활이 쉽지만은 않겠지? 그렇지만 푸른 바다 속에서 생활하는 게 낭만적이긴 해. 내 미모도 꾸준한 관리 덕분이야. 내가 왕자님을 보려고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너희들도 가끔 인어공주 동화가 생각나면 바다로 놀러오렴. 안녕~

글 : 김경호 공주교대과학교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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