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5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10권까지 다 읽고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감동이 너무 벅차서 중간에 한 번 끊었다. (지금 다 읽기도 힘들고..;;;)

엄마의 자살이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 안.  그 안을 보살펴 주겠다고 맹세한 다이고.  둘은 열두 살 처음 만난 그 겨울부터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지만 결국 열일곱에 헤어진다.  사랑이 식어서도 아니고, 방해꾼이 나타나서도 아니다.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삼류소설의  뻔한 대사가 아닌 그들의 진심으로부터 읽었다.

사랑하지만 이기적일 수 있고, 사랑하지만 해줄 수 없는 일도 있다. 잊을 수 없는 그 사람이지만 함께 할 수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후지의 말처럼 두번째 세번째 사랑도 있으니 '첫사랑'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평생'이란 단서를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기니까.  모래 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더 빨리 내려가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체감하지만, 그 인생이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랑 밖에 생각하지 못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이고가 있는 시마네 현으로 돌아갈 생각만 했던 안.  그런데 이제 진로를 고민한다.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마음 다지기에 들어갔다고 할까.  다이고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꿈이 생겼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대학을 가야 했고, 집안의 '룰'에 의해 국립 대학을 진학해야 하는데 현재의 성적으로선 택도 없지만, 꿈을 믿고 의지를 믿고 새로이 도전한다.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대견하다.

도쿄와 시마네 현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마음의 고향 시마네에선 지방색과 전통색이 잘 묻어나서 부러움마저 일었다.  전통 명절이든 서양 명절이든 그들의 것으로 체화하여 맘껏 즐기고 또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하 정겹고 아름다워서 나는 한숨이 다 나왔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던 후지.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삶의 구심점이 흔들려버린 시이카까지.  그네들의 고민과 혼란과 또 극복해 내가는 방법까지 진지하게 지켜보았다.  방황은 할지언정 자신을 잃지 않았던 후지가 대견했고, 욕망과 애증 사이에서 흔들린 시이카의 외로운 삶에도 안타까움을 느낀다.

자식을 두고 스스로를 죽여버린 비정한 모정엔 의지가 약하다고 야단이라도 치고 싶지만, 그녀가 감당해내지 못한 삶의 무게의 고단함도 인정한다.  그 무게가 안의 어깨에 내려앉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지고 가는 엄마의 그림자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행복을 잠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야기가 참 예쁘다. 무겁고 진지하기도 하지만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고 있고, 급기야 감동의 눈물까지 주어버렸다.  작가의 이름을 다시 새겨본다.  눈여겨 보아야겠다.

작품을 선물해 준 날개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보내주시고 한참 뒤에야 읽게 되었지만 이런 만남을 갖게 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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