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틴 앤 존 Martin & Jhon 6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또 다른 마틴과 존 이야기. 이주홍과 이석주의 이야기.
고등학교 3년을 알고 지냈고, 잊을 수 없는 졸업식 날의 해프닝, 그리고 단 일주일을 함께 보냈다. 그 강렬한 기억에 의지하여 7년을 잊지 못하고 비어있는 채로,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 공허한 마음에 다시 한 사람이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
진심인 것을 아니까, 그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 지를 아니까, 그랬기에 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상처줄 거라는 것을 아니까. 그러나 예스든, 노든, 이미 상처는 주었고, 피해갈 길도 없다. 어쩌면, 또 다른 인연으로 옛 상처를 덮고 새 살이 돋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어있는 틈새로 감정이 새어버린다. 계기만 생기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약한 마음의 기반이었다. 그 사람을 꼭 닮은 그의 아이를 만났을 때. 그리고 자신에게서 떼어가놓고는 함께 살지도 않은 그녀를 만났을 때. 그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미 자신은 새 사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7년. 아무 것도 소중하지 않고, 동시에 모든 것이 하찮았던 7년인데, 기다리는 전화가 생겼다. 광고 문자에 실망을 느끼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사 3년 만에 동료들과 술자리를 같이 했다. 그렇게, 사람이 변해 갔다.
이주홍의 어머니는 특별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살다 온 아이라고 해도, 한국인 정서에 남자를 사랑하는 아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머니는 오히려 아들에게서 삶을 배우고 그의 사랑을 인정해 준다. 그 어머니에게 이 석주는 '이런 나라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지극히 만화적인 상상력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절절하게 느끼는 그들의 대화.
7년 만에 통화를 했다. 그 해 여름 우리가 나눈 것은 무엇이었냐고...... 왜 나를 떠났냐고......
그것은 미련을 남기기 위함이 아닌 미련을 떨치기 위한 물음. 잊을 수 없지만 더는 생각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는 떠났지만 자신의 날개 한쪽을 남겨 놓았다.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존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 내게 다가온 마틴.
마틴과 존의 이야기가 점점 다양해진다. 꼭 둘이 주인공일 필요도 없고, 꼭 둘만 사랑할 필요도 없다. 어쨌거나 이것은 마틴과 존의 이야기. 지극히 환상적이고 애틋한,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 내가 참 좋아하는, 박희정샘이 만들어낸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