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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만치 3 - 인물화상경
이익준 지음 / 예담 / 2007년 2월
평점 :
목만치가 왜로 건너가 소아만치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주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걸림돌이 된 사랑하는 정인을 죽여주시고 목만치는 가슴에 한을 남기고 백제 땅을 떠난다. 워낙에 하는 일 없이 '연인'의 위치만 차지한 인물이었던지라 죽음에 안타까움은 느껴지지 않지만 너무도 전형적인 진행인지라 화는 좀 났다.
왜에 도착해서 토호 세력을 토벌하고 새로이 자리 매김하는 목만치. 권력이란 부자 사이에도 나눌 수가 없는 것. 여곤 역시 이제 목만치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사규를 앞세워 장인-사위 관계를 새로 맺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나누며 괜스리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사규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의미한 피흘림이랄까.
아무튼 목만치는 여곤의 식구가 되면서 더욱 더 가까워지지만 왜 안에서 그 둘을 불편하게 보는 세력들로 인해 위기에 처하고 만다. 오만 대 오백의 군사. 말도 안 될 것 같지만, 그가 누구인가. 본국검법의 계승자로 불세출의 용병술을 갖고 있는 천하의 목만치! 당당하게 이기고 열도를 평정한다.
2편에서 허망하게 사라졌던 국강이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 살아 돌아오는데, 이 장면이 또 웃기다. 무탈의 경지에 올라선 목만치가 제 목을 내어놓겠다고 했는데, 앞서 스시노오를 살려주면서 활검을 생각하던 그이니 언뜻 자연스런 전개 같지만, 뒤이어 소아만치의 이름을 받을 때 '누구도 꿈꾸지 못한 권력을 떨쳐보리라!'라고 다짐한다. 이 무슨 일관성 없는 모순이란 말인가.
뿐인가. 진즉에 대륙을 평정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부분에서는 차라리 내가 왕이 되었을 것을...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충신상에 위배되는 게 문제될 일은 아니지만, 무욕의 경지를 보여줄 것 같다가 갑자기 야망의 화신이 되는 모습은 좀 불편했다.
대륙 백제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젊은 날에 스쳐지나갔던 인연인 송나라의 미령이 한 몫을 제대로 해준다. 평생 반려자의 가슴에 못을 박은 그녀의 모진 말들은 단심도 무엇도 아니라 그저 이기심이란 생각이 든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1편에서 기자가 천황 가문과 백제와의 연관성을 조사하다가 꿈을 꾸는 것으로 이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다시 꿈에서 깨는 장면으로 돌아온다. 우리 사서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목만치의 일대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포장하여 영웅호걸로 그려낸 고된 작업에는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인 취향과 맞지 않아서 큰 즐거움을 갖진 못했지만 목만치란 인물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기쁜 일이다. 뒤에는 대륙백제령을 포함한 지도가 자세히 실려 있는데, 기왕이면 당시 연표를 같이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송나라가 뒤에 나오는 송나라와 헷갈릴 독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또 백제 왕실의 연표 부재도 조금 아쉽다. 근초고왕 비유왕 개로왕 문주왕 무령왕 등등... 여러 이름들이 등장했는데 한 줄에 꿰어볼 수 있는 시각적 자료가 못내 아쉽다. 왜 왕실 자료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