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중고샵에서 건진 무거운 책이다. 표지의 토끼 그림이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책을 덮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작가 제이슨의 작품인데 오로지 여섯 캇으로 된 박스 안에 내용들이 전개된다.
비욘과 욘은 친구인데 시시껄렁한 농담도 주고 받으며 커서는 무엇이 될까를 호언장담하는 철부지 아이들이었다.
배트맨 팬클럽을 만들자면서, 가입 조건을 절벽 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한 번 잡았다가 내려서는 조건으로 걸었는데, 그것이 그 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잠깐만......
그 한마디가 너무 늦었다. 저 캄캄한 여섯 칸의 공백처럼 무겁고 무서운 시간이 흘렀다.
장례식장에서 재채기 아츄- 한마디로 어른이 되어버린 욘.

그렇게 1부에서 2부로 넘어가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다. 자신들이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으로.

하루종일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고 깎는, 기계적인 움직임, 기계적인 삶.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메마른 삶을 살아간다.
떨궈낼 수 없는 죄책감. 당연하다고 여기는 속죄의식. 그러나, 아픈 마음도 당연히 든다.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서럽고 억울한 마음도 같이 들었을 것이다. 누구도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현대사 수업을 들을 때에,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이를 먹고 나면 되돌리고 싶은, 너무도 후회되는 순간이 꼭 발생하고 만다고.
서른을 넘기고 나니, 그런 순간들이 빠르게 달라붙는다. 그때 이랬었더라면...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무의미한 후회와 가정들.
욘과 비욘만큼의 크기는 아닐지라도, 내 인생을 상당 부분 발목 잡은 선택들. 마음이 쓰라린다. 헤이 잠깐만! 하고 한 템포 멈춰서 생각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그런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오지 않게,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신중하고 움직이는 일이 필요할 테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좀 모질어질 필요가 있다. 단단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