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풍 날. 소풍 안 따라가면 학교 오라고 할까 봐 부랴부랴 신청해서 따라온 창경궁.
알고 보니 소풍 아니 가는 비담임은 재택근무라고...;;;; (뭐, 그래도 출장비 나오니 그걸로 위안!)
비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세 맑아졌다. 비온 뒤의 정갈함을 한껏 간직한 창경궁은 꽤 멋스러웠고, 그 안에서 만나는 꽃나무들은 운치 있었다.(살구꽃이 그렇게 예쁠 줄이야!)
요새 소풍은 점심 먹기 전에 끝난다는 사실. 도시락 싸와서 먹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게다가 창경궁은 음식물 반입 금지!)
정오가 되기 전에 집에 돌아가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언니의 호출. 잠시 가게 좀 봐달라고 한다.
그러마고 나가는 길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러니까 내 자리 병가 내신 선생님.
별 시덥잖은 얘기들을 늘 길게 하신다. 선거운동 방송 때문에 주변이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도 같이 높아지는데 반갑게 받아주는 전화 목소리를 '기분 업'으로 맘대로 해석하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참 얘기를 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지난 주 통화할 때 이것도 인연이니 같이 점심 한끼 먹자고 하셔서 그러마고 했었는데, 그게 말이 바뀌어 '드라이브'를 가자신다. 그것도 새벽에 출발하자고.
네? 새벽에 드라이브요?
새벽은 아니고 아침 6시쯤 출발해서 양평 정도 다녀오면 오후 2시면 서울에 돌아온다나 뭐라나. 당신이 픽업해 주겠다고.
같은 사학도로서 할 얘기가 많지 않겠냐고.
헉, 뭐하자는 거지? 그냥 점심이나 드시죠! 했더니 여자랑 같이 밥 먹는 것 부담스럽다고 하신다.
아니, 드라이브는 괜찮고? (ㅡㅡ;;)
그 다음엔 운전중인데 앞에 경찰 있다고 전화 끊으셨다.
전화 끊고, 엄청 불쾌해져버렸다. 경력 22년차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나이 쉰은 되셨을 것 같은데 이거 너무 경우 없는 제안 아닌가?
당신은 그저 호의였을지 모르지만 상대가 기분 나쁘면 그건 이미 '호의'가 아니다.
만약 당신 대신 고용된 기간제 교사가 남자 교사였어도 '드라이브' 얘기가 나왔을까. 몸이 불편해 나이스 인증서 재발급 신청 서류도 부인 통해서 보내신다는 분이 무슨 기운이 그리 나는지. (버럭!)
이거 내가 '오버'하는 건가? '후배' 차원에서의 가벼운(?) 제안이었을 뿐인데 내가 예민한 건가?
영 기분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