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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와 비밀 편지 ㅣ 미래그림책 19
자넷 앨버그 그림, 앨런 앨버그 글, 김상욱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1월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를 먼저 보고는 이 책이 시리즈인 것을 알았다. 86년도 작품이니 무려 20년도 더 된 오랜 이야기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반짝이는 재치를 자랑한다. 두 부부가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 싱글벙글 우체부 아저씨가 전하는 편지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숨어 있다. 또 편지를 쓰고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 동화속 인물들인지라,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첫번째 편지는 금발머리 소녀가 곰 가족에게 보낸 편지다. 아기 곰의 죽을 먹어버리고 의자를 망가뜨린 것에 대한 사과편지와 자신의 생일 초대장이 담겨 있다. 생일날에는 마술사도 올 것이고 세 가지 맛의 젤리도 있을 거라고 아기 곰을 잔뜩 기대시킨다.
다음으로는 숲속 마늘 빵집에 살고 있는 심술마녀 집으로 도착한 편지인데, 그녀가 내세운 광고전단지가 들어 있다. 온갖 마술 용품과 으시시한 소품들로 도배한 전단지가 조목조목 찾아 읽는 재미가 있다. 우체부 아저씨는 차를 한 잔 대접 받았지만 입에 대지도 않았다. 진한 초록색인 그 차의 재료가 무엇일지 신뢰가 가지 않은 것이다. ^^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콩나무 농장 높은 집 거인 아저씨네 집이다. '잭과 콩나무'를 알고 있다면 더 즐거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거인 아저씨에게는 너무도 작은 엽서였지만 돋보기 안경을 바짝 댕겨서 읽는 아저씨의 얼굴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 다음은 '왕국로 1번지 금구슬 궁전 신데렐라 왕비님께' 도착한 한권의 책이다.
바로 신데렐라 이야기 동화책인데 앞치마를 두른 신데렐라 왕비는 푸근한 인상이었고, 하와이안 남방을 입은 임금님도 아주 경쾌한 분위기이다. 일명 무늬만 왕과 왕비랄까^^;;;
뿔피리 골목 귀퉁이 할머니 집에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놀래킨 늑대가 할머니를 어찌 해놓고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체부 아저씨는 긴장으로 벌벌 떨면서 차를 마셔야 했다.
늑대에게 전달된 편지는 빨간 모자의 부탁을 받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보낸 '퇴거 명령서'였다. 늑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사뭇 궁금하다.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곰 세마리네 집. 아기 곰이 맨 처음 편지를 전한 금발머리에게 답장을 보낸 것이다. 생일 초대에 대한 답례로 엄마 곰이 보낸 요술 나라 은행의 천원 지폐가 고맙다.
이렇게 첫 이야기가 마지막 이야기와 연결되고, 카드와 엽서 편지 사이사이 무수한 동화나라가 숨쉬고 있어서 한 권을 읽어도 여러 이야기를 읽은 효과가 나타나는 책이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라면 더 즐겁겠지만, 설령 모른다 하여도 차차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릴레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