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로 생각하지만 이 날은 과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다. 시사잡지 타임이 20세기 최고의 인물로 선정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은 뒤에 그의 뇌조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천재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돕는 아교세포가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많아 이것이 천재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뇌는 1.23㎏으로 성인 남성의 평균인 1.4㎏보다 가볍고, 성인 여성의 평균인 1.25㎏과 비슷했다. 또 잘 알려진 것처럼 유년 시절에 낙제를 할 정도로 공부를 썩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만 30개월이 될 때까지 말을 못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도 전해진다. 어느날 갑자기 “우유가 너무 뜨겁다”고 말을 해, 부모가 “왜 지금껏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말할 필요 없이) 괜찮아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천재로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매우 평범하다. 어릴 때 어머니의 강압에 못이겨 억지로 바이올린을 배운 그가 나중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문제를 풀기도 하고, 인도주의적 행사를 돕기 위해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갖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 사생활에서는 "95% 정도의 남녀는 천성적으로 일부일처제에 어울리지 않으며 단지 즐기기를 선호한다"고 말할 정도로 책임감과 도덕성이 부족한 행동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1905년 3월 광양자 가설, 5월 브라운 운동, 6월 특수상대성 이론이라는 3가지 획기적인 이론을 발표해 과학사에서 1905년을 ‘기적의 해’로 불리게 만들었다. 이중 6월에 발표된 특수상대성 이론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돼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갇혀있던 인류에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여행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빛보다 빠르면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러 가지 난제에 부딪혀 현재까지의 과학 이론과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빛은 가장 빠르며 속도가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다. 빛의 속도는 일정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의 비로 얻어진 값이다. 그런데 빛이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거나 늘리면, 빛 속도가 일정해야 하므로 변하는 거리에 따라 시간도 달라져야 한다. 이처럼 거리가 변함에 따라 시간도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거리)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함께 움직이는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시공간의 상대적 차이에 따라 관측자마다 똑같은 현상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우주여행을 하면서 지구에 있는 친구에게 1분마다 소식을 보낸다. 그런데 우주선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우주선에서 1분마다 보내는 소식이 지구에서는 1분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 우주선 안에서 본 시계는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지만 지구에서 볼 때는 매우 느리게 가고 있다고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빛은 질량을 가지지 않아 빛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움직이는 시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빛도 휘게 된다. 빛도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일식 때 별빛이 태양 중력에 의해 휜다는 사실을 밝힌 뒤에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상대성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게 이를 업그레이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아인슈타인 하면 상대성이론을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상대성이론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생각이어서 인정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업적은 광양자 가설이다.
‘빛은 입자일까 파동일까’라는 수천년을 이어온 빛의 본성에 대한 이 질문에 어느 쪽도 완승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물리학 연보’에 ‘빛의 창조와 변화에 관한 과학적 관점에 대하여’라는 입자론을 지지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그는 논문에서 빛이 광자(photon)로 불연속적으로 운동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가 흡수됐다가 방출될 때 입자로만 이뤄진다는 플랑크의 연구에 주목하던 아인슈타인은 가열된 물질의 에너지가 빛으로 바뀔 때 빛 에너지가 입자상태라고 가정해야 설명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서 도입된 것이 빛 양자로 그의 논문이 ‘광양자 가설’로 불리는 이유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을 이용하면 금속표면에 적외선을 쪼이면 나오지 않는 전자가 자외선을 쪼이면 튀어나오는 광전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파동이론에 따르면 적외선이던 자외선이던 빛을 쪼이면 입자가 튀어나와야 했다. 1922년 당시 학자들 사이에서 광양자 가설의 타당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에서도 아인슈타인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빛은 정확하게 보면 입자도 파동도 아닌 제3의 형태를 가진다. 다만 제3의 형태가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입자나 파동이라는 형태로 바꿔서 생각하고 설명할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말 중에서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은 우연성에 영향을 받아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충고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보어는 오히려 “신이 왜 주사위놀이를 하는지를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우리는 여기서 천재도 모든 것을 다 알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단순한 진리를 얻는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