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진 않아도 꾀많은 고양이

장화 신은 고양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9
샤를 페로 글,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잘 알려진 이야기 '장화 신은 고양이'가 프레드 마르셀리노의 따뜻한 색연필 그림과 만났다.  어릴 적에 무척 재밌게 읽은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그림과 함께 보니 기분이 색다르다.

형님들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방앗간을, 그리고 당나귀를 받았지만 막내 아들은 그저 고양이 한 마리를 받은 게 전부다.  말도 할 줄 알고 지능도 뛰어난 이 고양이가 사실은 황금 알을 낳은 거위와 마찬가지였음을 막내아들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장화 한켤레를 선물 받은 뒤, 남다른 패션으로 임금을 사로잡고 공주님마저도 자신의 주인과 맺어질 수 있게 손을 쓴 지혜로운 푸스! 그의 덕분으로 평범한 사내에서 카라바스 후작으로 둔갑한 막내는 거인이 살던 커다란 성도 차지하고, 거인의 소유였던 넓은 밀밭도 자신의 것이 되어 공주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 이야기.

그런데, 어릴 적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틈새가 보인다.  후스는 순전히 거짓부렁으로, 또 사기 쳐서 자신의 주인을 행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고, 임금은 카라바스가 소유하고 있는 넓은 성과 땅에 반해서 자신의 딸과의 결혼을 추진한다.  이 무슨 어른들의 예쁘지 못한 세상살이 모습인지...;;;;;

미쟝센에 꽤 공을 들였고, 인물들의 표정이 솔직하고, 촌티를 벗어가는 카라바스 후작의 모습 등도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렇지만 이런 세상이 '옳다'고는 가르칠 수 없는 어른들의 입장.   아이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많은 대화가 필요할 듯 싶다.

문득 슈렉에서 초롱초롱 눈망울로 많은 사람들을 뒤집어지게 한 장화신은 고양이가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