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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엄마가 은행 가시면서 순이에게 어린 동생 영이를 부탁하셨다. 동생에게 분필로 기찻길을 그려주며 놀아주던 순이. 열심히 산도 그리고 들도 그리고 솜씨를 뽐내었는데, 눈을 들어보니 영이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놀랐던지, 덜컥 심장이 주저앉을 것 같았던 순이! 이때 길 너머에서 들리는 자전거의 끼익 소리! 화들짝 놀라 달라갔지만 다행히 영이는 아니었다.
자주 놀러가곤 했던 놀이터에 혹 있을까 달려가던 중 마주친 어린 아이. 이번에도 영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이번에도 역시 아니었다.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순이.
다행히도, 놀이터에서 영이는 모래 위에서 놀고 있었다. 영이를 알아본 순이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과 '책임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순이는 단단히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도 아직 어리면서 더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애쓴 순이가 참으로 기특하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 때도 느꼈지만 작가가 어린 아이를 표현할 때 감정이입이 잘 되어 있어 세부묘사가 아주 치밀하다.
워낙 세상이 험해진 터라 아이만 남겨두고 이렇게 외출하기는 어려워진 시점이지만, 어린 동생을 돌보는 언니/누이/오빠/형의 마음가짐에 '사랑'이라는 의무가 자연스레 자리잡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훈훈했다. 따스한 그림체와 해맑은 미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