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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11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월
평점 :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나쁜 사람도 세상에는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지독히 나쁜 사람의 악행을 모두 덮을 만큼 선을 베푸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 때로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셀터 이야기가 지난 번에 이어서 계속되었다. 알 수 없는 진드기 같은 것이 동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숙주로 삼아 결국 생명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셀터 안의 인구는 급격히 줄었고 타카시씨는 셀터를 봉인할 것을 결정한다. 그 자신, 아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명보다 인류의 구원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로 과장됨 없이 냉철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어 오히려 더 진한 감동을 이끌어내었다.
자신이 이미 숙주가 되어 있음을 알고서도 노래하기를 포기하지 않던 미키 마리아. 그녀의 노래가 사람들을 마지막 길로 가는 여정을 평안하게 만들었다. 기생수에게 지배당하고도 남는 상황이었음에도 꿋꿋이 자신의 의지를 컨트롤했던 그 의지가 존경스럽다. 그리고 셀터 최후의 인간이 되어 마리아와 같은 길을 걸었던 마크 역시 경외감을 느낀다. 그가 남긴 일기장을 보고 하나가 느꼈듯이, 인류 멸망의 마지막 순간에 가엾기는 매한가지였다. 지상에서 운석 충돌로 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셀터에서 인간 분쇄기에 죽어간 사람들도, 그리고 기생수에 의해 죽은 사람들도, 그리고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로 보내져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이들 계절 팀까지도... 모두들 지나치게 비극적인 운명과 조우했지만 열심히 싸우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함께'이기에 위로를 받는 그 여정에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누군가는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이기적으로 굴지만, 또 누군가는 따뜻한 손 내밀줄 아는 마음 한조각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인류의 희망이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었다. 식물이 자라고 바닷물이 정화되어 가고... 아주 조금씩, 또 아주 천천히지만... 이미 망가져 버린 환경이지만, 그러나 희망은 결코 버릴 수 없는 것. 그렇게 세븐 시즈 프로젝트는 '미래'를 한발자국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썼을 때는 많이 덥다고 했는데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책 출간이 한계절 이상 앞서 있나 보다. 늦춰지지 않고 계속 나와주어서 무엇보다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