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책이었다. 일본인 작가가 프랑스에서 직접 만났던 를리외르와의 추억을 소재로 탄생한 책이다. 주인공 소피는 나무를 너무도 사랑하는 소녀다. 식물도감을 보고 또 보고 하다가 책이 그만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새 책은 얼마든지 서점에 있지만 소피는 익숙한 이 책을 깨끗하게 고치고 싶다. 고민하는 그에게 구세주가 생겼으니 바로 책을 새로 제본해 주는 를리외르 아저씨! 아저씨의 공방은 먼지가 수북했지만 책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소중한 작업 공간이었다. 소피는 재잘재잘 떠들면서 나무 이야기를 하고, 아저씨는 꼼꼼한 손길로 책을 해체하여 다시 엮는 작업을 시작한다. 한땀한땀 정성을 기울여서 꿰매고 붙이고 눌러놓는 작업들. 알고 보니 아저씨의 아버지도 를리외르이셨다. 손으로 모든 작업을 익히는 그 일에 생명력을 부여했던 아버지의 투혼을 를리외르 아저씨 역시 이어 받으셨다. 이름이 아닌 '책'이 기억되길 바라는 그들 같은 장인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아름다운 책들이 제 생명을 곱게 연장시키고 있는 듯하다. 책은 다음 날 소피가 좋아하는 아카시아 꽃을 표지로 해서 소피의 이름을 박아 새롭게 탄생했다. 속지도 소피가 좋아하는 '숲' 색깔을 담아냈다. 고마운 마음을 소피는 직접 싹을 틔운 아카시아 화분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식물학자가 된 소피는 아카시아 나무를 보며 를리외르 아저씨를 회상한다. 아저씨가 고쳐준 책은 그 후 다시는 망가지지 않았다. 소피의 꿈을 이루게 해준 것은 를리외르 아저씨의 장인 정신과 손기술, 그 정성이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이 무한한 느낌을 담아낸다. 책을 받아들고 깡총깡총 뛸 듯 좋아하는 소피의 감정이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어른인 내게도 꼭 소장하고픈 멋진 책이 되어버렸다. 조카를 위해서 준비한 책이지만 내가 좀 더 아껴 보다가 물려주리라. 를리외르 아저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