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의 모험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칼데콧 상을 받은 이 책은 처음으로 흑인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많은 그림책을 보았지만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한 주인공 아이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보았지만...ㅜ.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피터는 신이 나서 눈을 뽀드득 밟으며 발자국을 내보았다. 나란히 새겨진 발자국이 벽지 무늬처럼 가지런하다. 또 발을 끌면서 긴 선을 그어보기도 한다. 눈 속에 파묻힌 막대기를 주워서 눈옷 입은 나무를 톡톡 건드려 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었다. 모자를 쓴 피터가 유독 귀여워 보인다. 형들처럼 눈싸움도 해보고 싶지만 아직 어린 피터는 홀로 눈사람을 만들고, 눈밭에 누워 두 팔을 휘젖고 발을 부채살처럼 펼치면서 눈천사도 만들어 보았다. 언젠가 나의 지인이 눈밭에 누워 한바퀴 굴렀더니 옆자리에 생긴 자국이 꼭 돌아가신 엄마 같았다고 얘기한 것이 떠올랐다. 나란히 생긴 두 개의 눈천사 자국이 참으로 예뻤다.
산 위에서 미끄럼도 타고 한줌 한줌 눈을 모아 주머니에 넣은 피터. 내일도 가지고 놀 속셈이다. 그리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모험담을 들려주고 목욕을 한다. 단지 색깔의 변화만으로도 차가운 바깥에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변하는 것이 재밌다. 잠들기 전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본 피터는 이미 다 녹고 사라진 눈때문에 슬퍼졌다. 그날 밤, 피터는 해님이 눈을 몽땅 녹여 버리는 꿈을 꾼다. 얼마나 놀라고 슬펐을까. 다행히 다음날도 눈이 펄펄 내리고 온 세상은 하얬다. 피터는 옆집 사는 친구를 불러내 눈 속으로 들어간다. 꽃송이처럼 내리는 눈이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꼴라쥬 기법과 수채화를 적당히 섞은 그림으로 보인다. 어른들처럼 길이 막히네... 이런 걱정 없이 순수하게 눈을 즐기고 사랑하는 아이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저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