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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휴 ㅣ 웅진 세계그림책 28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윌리는 외로웠다. 저 고독에 지친 표정을 보라. 드리워진 그림자도 외로워 보인다.
모두들 친구가 있고 짝이 있고 파트너가 있는데, 홀로 걷는 윌리만 외톨이다.
아무도 윌리를 놀이에 끼워 주지 않았고, 윌리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윌리는 슬펐다.


터덜터덜, 생각에 잠겨 공원을 걷던 윌리는 , 때마침 달려오던 휴 제이프와 쾅! 부딪히고 만다.
당연히 덩치가 작은 윌리가 튕겨나가고 만 것.
놀란 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다시 윌리가 앞을 보지 못한 제 책임이라고 사과를 한다.
휴는 윌리가 일어나도록 도와주었다. 커다란 털북숭이지만 고릴라 휴의 얼굴은 얼마나 선량해 보이는가.
침팬지 윌리의 어리숙하고 착해 보이는 얼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함께 벤치에 앉아 다른 고릴라들이 조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마다 입은 운동복이, 머리 때가, 운동화가 조화로우면서 다채로워 예뻐보인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화사하고 따뜻해서 좋다.


윌리를 괴롭히는 악당 벌렁코를 휴가 쫓아내주고,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다.
('윌리와 악당 벌렁코'를 먼저 샀어야 했는데 순서를 바꿔 산 듯 하다ㅠ.ㅠ)
동물원에 가서 우리에 갇힌 사람도 보고...(마네킹 마냥 눈에 생기 없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앤서니 브라운의 해학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인간도 우리에 갇혀서 날마다 구경감이 되어 있다면 저런 표정을 아니 지을 수 없으리라.)
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깔깔 웃는 휴 때문에 주변에 있는 다른 고릴라들이 눈총을 준다. 심지어 서가 반대편에서 책 고르던 녀석들까지도. (도서관에선 정숙해야 해요. 쉿!!)
도서관에서 나올 때 거미 한 마리에 흠짓 놀라는 휴! 이번엔 윌리가 도와줄 차례다. 서로에게 한 번씩 신세를 진 윌리와 휴!
둘 사이에 우정이 샘솟듯 넘치고 만다. 우정의 폭발, 꺄우!


"우리 내일 만날까?"
"그래, 그거 좋겠다."
둘은 알고 있다. 이제 그들은 명명백백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마주 잡은 손이 언제나 따뜻할 거라는 것을.
다시 만난 둘은 어딘가 닮아 있다. 청바지에 셔츠에 조끼가 그렇고, 두팔 벌려 상대를 향해 웃고 있는 환영의 인사가 그랬다.
비록 휴에겐 조끼가 좀 작아 보이지만..;;
소심해 보이는 윌리에게 대범해 보이는, 그러면서도 상냥하고 마음 여린 휴에게는 멋진 짝꿍이 될 것이다.
이제 둘은 외로울 일도 다른 이들을 질투할 일도 없을 것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기란, 보통 어려운 숙제가 아니었다. 말 한마디 건네기란 또 얼마나 쑥스럽던가. 윌리와 휴처럼 어떤 계기를 통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친구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체격도 다르지만 알고 보면 통하는 것이 참 많은 친구 사이. 그 아름다운 관계에 찬사를 보낸다. 그 존재만으로 빛이 나는 소중한 동무. 멋진 그림과 함께 내 아름다운 친구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