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쿠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골동 양과자점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기까지는 엄청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남녀가 뒤바뀐 역사극이라니...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단지 대여점에서 빌려보고 끝낼 책인지 사서 소장해야 할 책인지 분류를 해야겠는데 주변에서 읽어본 사람이 없응니 물어볼 데가 없었다.  그냥 질러보자!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오옷! 기대 이상의 대박 작품이다.

이미라 만화 중에 "남성해방 대작전"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책처럼 남녀의 역할이 바뀌어 있는, 남자가 편견의 대상이 되어 있는, 그래서 남성 해방을 부르짖는 내용으로, 주인공의 미모를 앞세운 것 외에도 꽤 재미를 주었떤 작품이었다.  완결이 되지 않고 오리무중이 된 것이 애석한 일이었지만.(ㅡ.ㅡ;;)

하여간. 이 책은 설정이 조금 다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 때문에 남성 인구가 1/4로 줄어버린 일본.  그래서 여인천하가 된 세상에서 남자는 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쇼군은 대대로 여성이 이어가는데, 그 쇼군에게 3천 궁녀...가 아니라 3천 꽃밭(..;;;)이 있으니 그곳이 오오쿠이다. (뭐, 의자왕처럼 3천은 과장이고 800명이 좀 못 된다고 나온다. 하여간 그래도 많다!) 사극의 단골 메뉴처럼 궁중 암투 비스무리한 권력 싸움이 오오쿠 속 남성들의 미모 대결로도 등장하는데 단지 성 역할만 바뀌어 있다면 이 책이 어찌 '작품'이 되었겠는가.  그 이상의 특별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세상은 그곳이 남녀가 뒤바뀐 곳이라는 것을 모르고, 일본 내에서도 외부적으로 내세울 때는 언제나 '남성' 혹은 남성인 척 하는 여성을 밀기 때문에 대외적 문서에서 드러나는 이름들은 모두 '남성' 뿐이다.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여성이지만, 그들은 드러나지 않는 존재다.  왜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을 막 즉위한 쇼군이 품게 된다.  그녀는 재정난을 이유로 오오쿠의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데, 그 기준도 예사롭지 않다.  미모가 반반한 남자일수록 바깥 세상에서 밥벌어 먹기 쉬울 것이므로, 빼어난 미모를 가진 남자를 먼저 축출한다.  자신의 첫날 밤의 상대는 신성한 쇼군의 몸에 흠을 낸 사내가 되므로 '처형'되어야 할 운명에 빠져 있는데, 쇼군은 지혜롭게 남자의 생명을 구해내어 그자의 사랑까지도 이루어주는 큐피드 역할까지 맡아버린다.

이 특별한 쇼군이 앞으로 오오쿠를 이끌며 또 어떤 일을 해낼지, 역사의 정상적인 흐름 뒤에서 비범하게 흐르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플라워 오브 라이프'는 어떤 책일까나? 입소문 좀 살펴보고 구입을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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