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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6
마리 홀 에츠 지음, 박철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5월
구판절판
독특한 책이다. 검은색과 흰색의 두 가지 색만을 사용하였는데 '깊이'가 느껴지고 '질감'이 느껴지는 그런 그림이었다.
주인공 소년은 숲길을 산책하다가 여러 숲속 동물들을 만난다.
갈기를 빗는 사자가 동행하게 되고 털옷을 입은 코끼리도 뒤를 따라온다.
잼 발라 먹던 곰은 숟가락을 든 채 뒤를 따랐고, 드럼 치고 놀던 캥거루 가족들은 드럼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일행에 합류했다.
그 뒤를 황새와 원숭이, 그리고 토끼까지 따라왔다. 주인공 소년은 나팔을 불었고 사자는 어흥했으며, 코끼리는 코로 뿌우~하고 소리를 냈다.
커다란 곰은 으르렁거렸고 캥거루는 북을 쳤으며 황새는 부리로 딱딱 소리를 냈다.
원숭이는 환성을 지르며 박수도 쳤지만 토끼만이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들은 음식을 먹기도 했고 손수건 돌리기도 했으며 남대문 놀이도 했으며 숨바꼭질도 했다. 토끼만 빼고. 토끼는 여전히 오도카니 앉아있기만 했다. (왜일까?)
"찾는다!"하고 소리치며 눈을 떴더니 친구들은 모두 사라지고 아빠만이 계셨다.
그만 귀가해야 함을 알리는 순간 이제껏 소년을 둘러쌌던 아름다운 환상들은 모두 사라지고 현실의 시간이 도착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상냥했다.
"네 친구들은 네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아이는 아빠와 함께 돌아가면서 친구들에게 소리친다.
"안녕! 멀리 가지 마! 다시 산책하러 와서 너희들을 찾을게."
한바탕 꿈결 같았던 숲속에서의 산책은 그렇게 마무리지어진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갔다. 어른의 눈으로는 큰 재미를 못 느꼈는데 조카는 연거푸 두번을 읽어 달라고 할 만큼 재밌어 했다. 아, 이렇게 시각의 차이가 있구나....
아이는 주인공 소년처럼 숲속 동물들을 보며 맘껏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다시 마음을 열고 책장을 들추니, 이들의 술래잡기며 남대문 놀이가 너무 신나게 다가온다. 아버지의 상냥한 배려도 맘에 들었고, 다시 숲으로 돌아오면 이어질 그들의 놀이를 나 역시 기대하게 되었다. 역시 칼데콧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