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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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서 보수에 대한 규정이라든지 이런 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계속 강조해왔듯이 보수는 보수해야 할 가치가 전제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연히 민족인데요. 그런데 한국의 보수에게는 그게 없다는 거죠. 보수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그야말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밖에는 없는 겁니다. 공화주의적 가치를 지키려고 한다든지 사회 공공성을 공유하려고 한다든지 민족 개념을 품고 있는 이러한 보수가 아니고, 철저하게 집단적․사적 이익을 계속 유지 강화하려는 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자칭 보수세력들의 모습이구요. 이런 모습이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로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67쪽

우리가 흔히 "노동자들이 노동자 의식이 없다"고 얘기하잖아요. 그게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노동자 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반노동자 의식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의식화와 탈의식화 중에서 탈의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건데요. 자기를 부정하는, 자기를 배반하는 의식을 벗겨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74쪽

스웨덴 같은 나라는 국민부담률이 거의 50%입니다. 국민부담률이란 소득 중에서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으로 내는 비율을 뜻하는데요. 소득의 절반을 사회 몫으로 내놓는다는 겁니다. 사회 공공성을 위해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고, 사회 공공성을 위해서 연대기금을 내는 거죠. 사회보장이라는 게 일종의 사회연대기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25%입니다. 그것도 김대중 정부 이후에 급격히 올라간 숫자예요. 이른바 미국 모델이거든요. 미국은 가진 자들의 기부 문화가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고요. 우리의 25%와 사민주의 나라의 50%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 하면, 사민주의 나라의 50%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택보조, 양육 이런 것들이 다 관련되어 있는 것이고요. 우리의 25%는 거의 국방비라든지, 국가의 지배를 위한 부분에 치우쳐 있다고 보면 되죠. 그러니까 국방, 경찰, 사법, 이런 지배 물리력을 위한 것에만 치중되어 있고 사회 복지 이런 쪽은 아주 취약하다는 겁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절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96쪽

프랑스에서 최초 고용계약법 같은 것도 작년 3월, 4월 이때에 하원과 상원을 다 통과한 것을 거리시위로 무산시켰는데요. 하원, 상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공포만 하면 되었던 법을 거리시위로 무산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하는 거죠. 그들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역사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우리는 비정규직에 대해 교육과정에서 배운 적이 있나요? 역사 과정에서 배운 적이 있나요? 우리가 8시간 노동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사 과정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나요? 이런 아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거죠.
-98쪽

반면에 동남아시아 쪽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비하하고, 주는 것 없이 경멸하죠. 백인들에게는 받는 것 없이 칙사 대접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이중성이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가능할 텐데요.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미국이 그래도 우리의 우방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친근감 그리고 잘 사는 나라에 대한 선망이 결합된 것이라 볼 수 있고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이웃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못사는 나라라는 경멸만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수 참사 사건은 연대의식의 확장, 인간성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메말랐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참담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00쪽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 쓰지 마세요. 공화국의 개념을 그렇게 훼손시키는 것을 일상화하면 안 돼요. ...... 공공적 가치를 품고 있는 공화국에다가 삼성이니, 부패니, 도박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말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가치모순입니다. 이런 상황은 인류의 역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개념인 공공적 가치를 우리 사회가 헌법 제1조 1항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거거든요. 참담한 일이에요. 부패 민주주의, 말이 안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삼성 민주주의, 이게 말이 됩니까?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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