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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3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구판절판
1971년도 작품으로 존 버닝햄의 초기작이다.
확실히 훨씬 뒤에 나온 작품들에 비해서 풋풋한 느낌이 더 진하게 들었다.
왼쪽 그림에는 단색을, 오른쪽 그림에는 원색 컬러를 입혀서 강렬한 대비를 주었는데,
글씨가 큼직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도 적당하다.
강가에 사는 검피 아저씨는 조각배를 하나 갖고 있다.
처음엔 아이 둘이, 그 다음엔 토끼가, 이어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뒤를 이어 돼지와 양이, 거기에 닭과 송아지, 염소까지 합세하여 신나게 뱃놀이를 한다.
이들은 올라탈 때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지만, 배 위에 올라서는 이내 그 약속을 저버린다.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거리고, 꼬마둘은 싸움을 하고...
결국 배가 기우뚱 움직이면서 모두들 물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다.
하지만 검피 아저씨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
오히려 모두들 강둑으로 올라가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사이 좋게 몸을 말렸다.
뿐아니라 검피 아저씨의 집에 초대 받아 모두 한자리에 둘러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신다.
존 버닝햄의 그림에는 표정 없이 모두 똑같은 얼굴이지만 그들이 웃고 있음을 독자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 놀러오라는 당부와 함께 모두를 보내는 검피 아저씨. 그 넉넉한 마음이 구수하고 아름답다. 이런 한적한 여유로움, 너그러움, 자연과 함께하는 삶... 아름답고 멋지다. 글씨도 크고 그림도 멋져서 조카가 좋아할 듯 싶다.